알코브(Alcove)뜻과 소설 속 '우묵한'으로 번역의 묘미(소설 딜러리엄)

얼마 전부터 로렌 올리버의 소설 [딜러리엄]을 다시 읽고 있습니다. 10년도 더 전에 읽었던 책인데 2편을 보기 위해 복습하고 있습니다. 

소설을 읽다가 처음 보는 단어가 나왔습니다. 바로 '우묵한'이라는 단어인데 혹시 아시나요?
"우리는 다이닝룸(식탁 하나와 의자 여섯 개로 꽉 차는 우묵한 공간이다) 옆에 처박혀 있는 거실의 바닥에 앉아 있었고..."에서 처음 보는 단어로 뜻을 몰라서 사전을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우묵하다' 뜻과 반대말

  • 뜻: '가운데가 둥그스름하게 쑥 패거나 들어가 있는 상태이다
  • 반대말: '불룩하다'인 거 같습니다. '불룩하다'를 보니 바로 아시겠지요? 저도요!!

보통 '우묵하다'는 그릇이나 작은 구덩이에 많이 쓰이는 말이라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저희 집에도 스파게티를 만들어서 담아 먹을 때 사용하는 파스타 접시가 2개는 있어요.  딱 그런 그릇의 모양을 '우묵하다'로 표현하는 것 같습니다.


A white ceramic pasta bowl with a deep, recessed center and wide rim, decorated with pink flower patterns. This bowl illustrates the 'alcove' concept mentioned in the book.
우묵하다: 가운데가 으스스하게 쑥 들어가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그런데 그릇에 쓰는 단어가 '우묵한 공간이다'로 쓰이니 기분이 이상합니다. 이 단어는 어딘가 아늑하면서도 예스럽고 따뜻함이 느껴집니다. 저는 이런 공간에 딱 1인용 테이블과 의자를 두고 담요도 하나 얹어두고 싶습니다. 아니 그냥 이런 공간에 무겁고 포근한 담요 하나만 있어도 최고일 것 같습니다.

원서로 보는 '우묵한 공간'과 알코브(Alcove) 뜻

'우묵한'이라는 단어로 번역된 원래 단어를 찾아보았습니다. 
"dining room"(an alcove that barely holds a table and six chairs)
원서에는  바로 'alcove(알코브)'라는 단어가 쓰였더라고요! 이 영어 단어가 바로 우리말 '우묵한'으로 번역 되었습니다. 

알코브는 건축 용어로도 자주 쓰이는 단어 같아 찾아봤습니다.
그렇다면 건축 용어로도 자주 쓰이는 알코브(Alcove)의 정확한 뜻은 무엇일까요?





  • 알코브(Alcove) 뜻: 큰 방의 한쪽 벽면에 움푹 들어가게 만들어진 작은 공간이나 구석자리를 뜻합니다. 주로 서양 건축에서 공간을 절약하거나 아늑한 독립 공간을 만들 때 자주 사용되는 구조입니다.

원서를 보니 다이닝룸이 독립된 방이라기보다는, 겨우 테이블 하나와 의자 6개가 들어갈 정도로 벽면 한쪽에 쑥 들어가 있는 아주 좁은 공간임을 설명하는 것 같았어요. 

번역가님은 이걸 직관적으로 '우묵한'으로 옮기신 것 같습니다. 레나가 살고 있는 집이 아주 넓은 집은 아닌 것이 소설을 읽다 보면 나오기도 합니다.

우묵한 vs Alcove, 조금 더 깊이 알아보기


이 두 단어가 아주 똑같은 뜻은 아닙니다. 조금의 차이가 있습니다.
우묵한: 바닥보다 조금 더 아래로 쑥 내려앉은 것 같은 느낌
Alcove: 벽면 구석으로 좀 더 깊숙이 파인 듯한 느낌

물론 사전적 정의로 보면 건축에서 바닥이 내려앉은 공간은 '썬큰(Sunken)'이라는 표현을 더 많이 쓴다고 합니다.(썬큰도 처음 보는 단어입니다)

따라서 원문의 "an alcove that barely holds a table..."은 바닥이 내려앉은 것이 아니라, 벽면 쪽으로 쑥 들어가 있는 좁은 구석 공간에 겨우 식탁을 밀어 넣었다는 그림으로 이해하시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우묵한'과 'Alcove'가 아주 똑같지는 않지만, 어딘가 쏙 들어가 아늑함을 준다는 점에서는 비슷한 결의 느낌인 것 같아요.



A close-up photograph of a page from a Korean book. The text reads: '는 늘 그렇듯 제니에게 구구단을 외게 하며 숙제를 도와주고 있었다. 우리는 다이닝룸(식탁 하나와 의자 여섯 개로 꽉 차는 우묵한 공간이다) 옆'. The word '우묵한' is underlined in red.
한국어판, 78쪽


A close-up photograph of a page from an English book. The text reads: 'We're sitting on the floor of the living room, which is squashed up right next to the "dining room" (an alcove that barely holds a table and six chairs)'. The word 'alcove' is underlined in red.
원서, p.70


번역된 소설의 단어와 원서에 쓰인 단어의 미묘한 차이를 짚어보는 것도 독서의 큰 즐거움 같습니다. 제가 평소에 그런 단어를 쓸 일은 아직까진 없었거든요. '우묵한' 그릇에 파스타 담아야겠다!라고 혼잣말이라도 해볼까봐요.

'우묵한'이든 '알코브'든, 나를 폭 감싸주는 그런 작은 아지트 같은 공간을 언젠가 꼭 마련할 수 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