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딜러리엄] '보통'의 두 얼굴, Normal vs Usual
1. 소설 [딜러리엄] 속 한 장면: "The usual"
소설 [딜러리엄]에서 레나와 해나가 우연히 길에서 마주쳐 인사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사실 둘은 싸워서 서먹한 사이입니다. "여름 잘 보냈어?"라는 질문에 해나는 "The usual."이라고 대답합니다.
"What about you?" 너는 어땠어? I say. "Good summer so far?여름 잘 보냈어?""The usual." Hana shrugs. (그냥 평범했어.)
저는 당연히 'Normal'을 생각했는데 'The usual'이 나왔습니다. 검색해 보니 두 단어 모두 비슷한 뜻 모두 '보통의', '평범한'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세계가 있습니다.'Normal'에는 '정상'이라는 뜻도 있어서 질문의 대답으로는 이상할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2. Usual: "내가 쌓아온 나만의 데이터" (The Patten)
Usual은 타인의 시선이나 시회적 기준을 전혀 신경 쓰지 않습니다. 단어의 어원인 Use(사용하다)처럼, 내가 평소에 늘 사용하던 방식, 즉 나만의 통계치를 말합니다.
- 나다움의 편안함: 타인과의 비교(Normal)가 아니라 나의 어제와 오늘을 비교하기에 훨씬 편안합니다. "내 데이터상으로는 늘 보던 그 모습이야"라는 뜻입니다.
- 관계의 증거: The usual이라고 말할 수 있다는 건, 내 패턴을 알고 있는 상대와 시간이 충분히 쌓여있다는 뜻입니다. 너와 나만이 알고 있는 나의 패턴인 것입니다.
- 단어의 양면성: 친한 사이엔 편안함을 주지만,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에겐 '단절과 차단'의 신호가 될 수도 있습니다. 또한 나 자신에게 쓸 때는 안정감이 아닌 '지긋지긋한 정체'로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3. Normal: "세상이 정해준 평균" (The Standard)
반면 Normal은 사회적 상식, 통계적 수치, 다수결의 원칙에 기반합니다. 외부에서 나를 바라보는 시선입니다.
- 보이지 않는 폭력: "당연히 대학은 나왔겠지?", "당연히 애가 있겠지?"처럼 다수가 정해놓은 '평균'을 확인하려는 질문은, 그 기준에 속하지 않는 이들에게는 자신의 삶을 결핍으로 낙인찍는 무례한 폭력이 되기도 합니다.
- 사회의 안전망(Safety): 하지만 Normal은 우리를 지켜주는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기도 합니다. 빨간불에 멈추고 줄을 서는 '보통의 행동'들은 사회를 안전하게 유지하고 심리적 안정감을 줍니다.
- 건강한 지표(Self-Check): 몸이나 마음이 아플 때 우리는 '정상 수치'를 참고합니다. 이때의 Normal은 나를 억압하는 잣대가 아니라, 나를 보살펴야 한다는 고마운 신호등이 되기도 합니다.
4. 마치며: 당신의 '보통'은 어느 쪽인가요?
단어 자체에는 오만함이 없지만,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의 마음과 듣는 사람의 상황에 따라 그 의미는 달라집니다.
저는 정말 Normal한 삶을 살고 싶습니다. 나만의 Usual을 소중히 꾸려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