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러리엄]보다가 기억난 [아메라칸 뷰티] 아름다움

소설 [딜러리엄]을 읽다가 예전에 봤던 [아메리칸 뷰티]라는 영화가 기억났습니다. 사랑이 질병으로 규정되어 금지되어 있는 세상입니다. 레나가 사랑에 빠져 세상이 다르게 보이는 장면입니다. 

'뜨거운 태양빛을 받아 빛나고 있는 쓰레기통, 그 거대한 고철과 플라스틱 덩이와 악취를 풍기는 쓰레기 더미마저도 외계인이 지구로 이동한 자취처럼 신비하고 놀랍게 보였다'

이 부분에서 [아메리칸 뷰티]의 바람에 날리는 아름다운 비닐이 기억났습니다. 아니 그냥 바람에 비닐이 기억 났습니다. 화면은 선명했고 아름다운 비닐인지, 비닐이 아름답게 날리는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름다운 장면일 수도 있지만 제게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영화는 무척 좋았고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후로도 패러디인지 조롱인지 다른 영상으로 비닐이 날리는 것을 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기억이 끊길 수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튼 바람 부는 날에 길에서 비닐을 보면 꼭 [아메리칸 뷰티]가 생각납니다. 

A cinematic illustration of a shining silver trash can under bright sunlight next to a brick wall with a white plastic bag floating in the air, inspired by the movie American Beauty and the novel Delirium.
구글에게 요청한 사진입니다. 소설의 부분과 떠올린 영화의 장면.


기억과 조금 달랐던 영화의 진실과 비극적인 결말

포스팅 하기 위해 다시 검색해보니 제 기억과 틀린 부분이 많았습니다. 주인공 레스터의 딸과 이웃집 소년 리키가 서로 사귀게 되었는데, 리키의 아버지인 대령이 자기 아들과 레스터의 사이를 오해했습니다. 엄격했던 리키의 아버지가 레스터를 찾아가 총으로 쐈습니다.

사람이 변했고 가족을 아끼게 된 아버지 레스터가 변화를 보이기도 전에 죽었다는 사실이 충격이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느낀 것과 디테일이 조금 달랐던 것 같습니다. 

리키의 아버지 대령은 겉으로는 동성애를 혐오하는 사람이었지만, 사실은 대령이 그 성향이었습니다. 하지만 내보일 수 없어 평생을 숨기고 있엇습니다. 살아오는 내내 숨겼고 레스터를 찾아가서 입을 맞추려 했고 레스터는 거절했지만 부드러운 태도였다 합니다. 제 기억에는 없는 것은 내 안에 그런 지식이 쌓여있지 않아 미처 몰랐던 것 같습니다. 

리키의 아버지가 레스터에게 다가간건 아마 살면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용기를 냈던 게 아닐까 지금은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평생의 소원이었을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그 한번의 거절은 처음으로 내보인 자신의 정체성이 거절 당하자 분노와 수치심, 혹은 증거를 없애야겠다 같은 비이성적인 상태로 총을 쐈던 것 같습니다. 

[딜러리엄]의 모순: 무엇이 진짜 질병인가

이것이야말로 [딜러리엄]에서 사랑을 병으로 규정한 이유였을까요? 총을 쏜 남자는 사랑은 아니었던 것이 확실한데 말입니다. 레나 보다는 단속원들과 더 닮았습니다. [딜러리엄]을 보면서 너무 이해가 안가고 화가 나는 부분이 많습니다. 사랑을 관리하는 뇌의 어느 부분을 치료하는 것인지 사람들은 여전히 악하고 폭력적입니다. 

개라면 당연히 하는 짖었다는 이유로 곤봉으로 개의 머리를 부수고, 개와 함께하던 가족들은 숨을 쉬고 있는 개를 쓰레기더미에 버립니다. 그냥 노래 듣고 춤추는 금지된 파티를 했다는 이유로 급습해서 곤봉으로 사람들의 머리를 부숩니다. 개에게 목을 물게 하는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것 투성이입니다. 뭘 병으로 규정해 치료한다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리키가 바람에 날리는 비닐을 보고 느낀 것이 저와 달라도 틀린 것은 아닙니다. 레나의 눈에 전과 달리 쓰레기통도 외계인과 관련된 것처럼 신비롭고 아름다워 보인다고 뇌에 이상이 생긴 것이 아닙니다. 그 감정은 시간이 지나면 달라질 수도 다른 식으로 변할 수도 있습니다. 고정된 것이 아닌 그냥 감정이니까요.

세상을 아름답게 보는 능력은 축복이자 장려되어야 할 가치


저도 가끔 이상하게 모든 것이 밝고 선명하게 보이는 날이 있습니다. 꼭 내가 사랑에 빠진 게 아니라 어느 날 그럴 때가 있습니다. 공기도 냄새도 바람도 새롭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그걸 저장하고 싶은데 나중에 꺼내보고 싶은데 못하니까 너무 아쉽고 속상할 정도입니다.

사랑에 빠졌든 아니든 세상을 신비롭고 아름답게 볼 수 있다는 것은 축복입니다. 이 삭막한 세상에서 잠깐 그런 시선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볼수 있다니 대단합니다. 레나도 아메리칸 뷰티의 리키도 예쁜 눈을, 마음을 가졌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이 아름다워 보인다면 타인에게 폭력을 쓰지 않습니다. 그런 점은 [딜러리엄]처럼 병이 아니라 장려되어야 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