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딜러리엄]에 Deep Dive 해서 '새빨간 거짓말' Digging 하다 원서 48p

소설 속 배경, 책 속 장면

대통령과 컨소시엄이 사랑을 질병으로 규정한 지 64년이나 지난 사회를 배경으로 한 소설 [딜러리엄]을 읽고 있습니다. 사랑과 감정의 치유책(?)까지 완성된 지 30~40년이 된 세상입니다.(한국어판 소설에서는 32년, 원서에서는 43년으로 나옵니다. 왜? 개정판이 있나요?)

이곳 사람들은 모두 국가의 평가를 받습니다. 주인공 레나와 해나도 받으러 갔다가 이상한 광경을 목격합니다. '소떼들'인데 '옷을 입은 소떼들'인 거죠. 하지만 뉴스에서는 배송착오 라는 가짜 방송을 내보냈습니다.

원서에는 없는 새빨간 거짓말! red도 lie도 없는데?!

소설을 읽다가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단어가 나왔어요. 보통은 그냥 넘겼을 텐데 원서가 있어서 찾아봤습니다. 영어도 red lie일까 해서요.

그런데 원서를 찾는데 'red'는커녕 'lie'라는 단어도 없었습니다. 분명히 이 장면이 맞는데 없어서 구글에 검색했습니다. BS가 거짓말이었어요. 영화나 드라마 보다가 저도 들었던 말인데 원서의 BS(Bullshit)이 새빨간 거짓말로 번역된 겁니다.

A close-up photo of the Korean translation of the novel 'Delirium'. The phrase "다 새빨간 거짓말" (It's all a big fat lie / BS) is underlined in red.
한국어판 속 '새빨간 거짓말'이 쓰인 장면. 원서의 'BS'를 아주 찰떡같이 번역한 부분입니다.



A close-up photo of a page from the novel 'Delirium', showing the sentence: "I feel the need to repeat the official story, even though I know just as well as Hana that it’s BS." The word 'BS' is underlined in red.
딜러리엄 영어판 소설 'BS' 표현이 쓰인 장면. 한국어판에서는 '새빨간 거짓말'로 번역되었습니다.

영어의 새빨간 거짓말은?

그래서 구글에 Red lie에 대해 검색하면서 한국어의 새빨간 거짓말에 가까운 말을 찾아봤습니다.
  • Barefaced lie (가장 '뻔뻔한' 느낌)
한국어의 '새빨간'과 가장 결이 비슷한 가장 '뻔뻔한' 느낌의 거짓말입니다. 너무 거짓말인 걸 다 아는 상황에서도 얼굴색 하나 안 변하고 당당하게 하는 거짓말을 뜻한다고 합니다. 상대방이 이러면 너무 화가 나서 드라마에서처럼 목덜미 잡고 쓰러질 것 같습니다.
  •  A big fat lie (가장 '터무니없는' 느낌)
단어부터  'big fat lie'이니 너무 잘 보입니다? 거짓을 뛰어넘어 내용이 너무 황당하고 정도와 양을 뛰어넘을 때 사용합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라고 할 때처럼 명백한 허구일 때 쓰인다고 합니다. 일상 대화에서 아주 많이 쓰이는 구어체라고 하는데 가끔은 귀엽게도 보일 것 같습니다.
  • Outright lie (가장 '단호한' 느낌)
정말 순도 100%의 거짓말입니다. 감정적인 비난이 아니라 전혀 사실이 아님(Pure lie)을 강조할 때,
사실 관계를 명확히 규정할 때 사용합니다. 뉴스나 공식적인 자리에서도 자주 사용됩니다. 거짓말이라는 말도 안 어울리는 정말 100%의 가짜, 거짓, 조작을 못 박을 때 딱이겠습니다.

영어의 Red

일단 한국의 새빨간 거짓말과 비슷한 상황의 거짓말을 알아봤습니다. 
제가 이것 때문에 색깔별로 거짓말을 찾아봤는데 공식적인 명칭은 없어도 뜻이 있었습니다.
보라색 거짓말도 있고 무지개 거짓말도 있습니다!!
하지만 왜 Red lie만 일상에서 쓰이지 않는 걸까요?
먼저 일상적인 Red lie는 없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새빨간 거짓말의 Red lie는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영어에서 red는 거짓말 보다 분노와 위험, 부끄러움의 상징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제 생각에 살인을 저지르고 숨기는 것을 'red lie' 쓸 거 같았습니다.

Red lie가 없는 이유

red의 단어 사용 예시를 보고 조금 이해가 갔습니다.
  • See red: 몹시 화가 나다 (이해가 어려워요)
  • Red-handed: 손에 피가 묻은 상태에서 유래해서 범행 현장에서 잡히다 (조금 이해)
  • Red flag: 위험 신호나 경고 (이건 많이 들어봤어요)
영어에서 Red는 숨겨진 거짓말보다는 선명하게 드러난 분노나 위험, 죄의 상징에 가깝습니다. 아무래도 거짓말은 죄보다는 일상적이고 가벼운 영역이잖아요.
제 생각에 영어의 Red는 일상의 영역을 벗어나 이미 '범죄'의 영역에 들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살인을 저지르고 피 묻은 손을 숨기는 것처럼 무거운 죄에 가깝다 보니, 가벼운 단어인 'Lie'를 쉽게 붙이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추리해 보았습니다.

이제 이해가 되는 see red
이렇게 써나가다 보니 'see red'가 이해가 됩니다. 눈에 핏발 서는 표현을 보신 적이 있을 거예요. 핏발이 선 눈으로 보니 'see red' 이고요. 
참고로 문장 예문입니다.
  • I see the color red. 빨간 물체를 보다
  • I see red. 눈 뒤집힐 정도로 화가 났다.
화의 강도가 엄청난 게 보시시나요? 조심해서 써야 할 것 같습니다. 문장은 별 차이 없어 보여요. I see red를 그냥 빨간색을 보다로 저라면 실수로 쓸 수 있는 문장입니다. 차이가 너무 어마 무시합니다.그냥 너무 무섭습니다...ㄷㄷ

그래도 굳이 사용하는 Red lie?

이렇게 영어의 Red가 가진 강렬한 범죄와 분노의 이미지를 파헤쳐 보니, 왜 일상 대화에서 'Red Lie'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지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하지만 여기서 재미있는 반전이 있습니다!
일상 영어에서는 '듣도 보도 못한 말'이라며 원어민들이 고개를 갸우뚱하겠지만, 심리학 학술 분야에서는 이 Red Lie를 실제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 단어를 '복수와 증오를 담아 타인에게 해를 끼치려는 가장 파괴적인 거짓말'을 정의할 때 씁니다.
결국, 우리가 찾는 '뻔뻔한 새빨간 거짓말'은 영어에 없지만, '누군가를 파괴하려는 무서운 새빨간 거짓말'은 전문 영역에 숨어 살아남은 셈입니다. 찾을 때마다 정보가 달랐던 이유도 바로 이 '일상'과 '학문'의 차이 때문이었습니다.

마치며: 

원서의 BS가 한국어판 소설에 '새빨간 거짓말'로 번역된 건 정말 찰떡인 것 같습니다. 옷을 입은 소떼들이 배송 착오라는 뉴스는 뻔뻔함보다 황당함을 부릅니다. 누가 봐도 말 같지도 않은 헛소리니까요.

가짜 뉴스 보지도 말고 믿지도 말자고 말씀드리고 싶지만 모르는 정보니까요. 음-앞뒤가 안 맞는 Outright lie(명백한 거짓말)이거나 BS(헛소리)처럼 느껴지는 걸 보면 Red flag(경고 신호)를 한 번쯤 떠올려 보기로 하고 오늘은 여기까지 쓸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