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러리엄] "잘 달려(Have a good run)"가 "사랑해I love you"인 이유


그녀가 휙 나를 돌아봤다. 그 눈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해나는 벌써 쪽지를 전하러 갈 준비가 된 듯 흥분된 눈빛이었다. 한순간, 블라인드를 통해 밀려들어오는 흐릿한 햇살 속에서 해나는 마치 그 내부로부터 빛이 흘러나오는 것처럼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나는 사랑이라는 말이 왜 창조되었는지, 그래야만 했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 단어만이 지금 이 순간 내가 느끼고 있는 감정......, 고통과 기쁨, 두려움과 즐거움의 이해할 수 없는 혼합이 한꺼번에 날카롭게 흝고 지나가는 것 같은 이 감정에 가장 근접한 묘사였다.
"왜 그래?"
해나는 벌써 제자리에서 달리기를 하며 다급하게 물었다. 나는 해나가 빨리 나가서 계획을 행동에 옮기려는 생각뿐이라는 것을 알았다. 사랑해, 라고 나는 생각했지만 숨을 고르고 입 밖으로 꺼내어 놓은 말은 "잘 달려."였다.
She whips around. Her eyes are shining; she's excitedd now, ready to go. For a moment, standing in the fuzzy haze of sunlight still penetrating the blinds, she appears to be glowing, as though lit up by some internal flame. And now I know why they invented words for love, why they had to: It's the only thing that can come close to describing what I feel in that moment, the baffling mixture of pain and pleasure and fear and joy, all running sharply through me at once.
"What's wrong?" Hana repeats impatiently, jogging a little in place. I know she's eager to get going and put the plan into action. I love you, I think, but what I say, gasping a little, is: "Have a good run."

[딜러리엄]을 다 읽었습니다. 레나와 해나가 함께 하는 어쩌면 마지막인 만남의 장면입니다. 레나는 침대에 누워 전선에 팔이 묶여 있습니다. 레나가 해나를 보며 느끼는 모든 것들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소설의 문장들이 너무도 멋지고 귀합니다.

보송보송한 흐릿한 햇살 'Fuzzy Haze'

소설에서 '흐릿한 햇살 속에서'가 궁금해 찾아 봤습니다.  원서를 찾아 본 단어도 생소해서 찾아봤는데 'Fuzzy haze of sunlight'가 단어 자체도 뜻도 귀엽고 예쁩니다.

  • Fuzzy: 갓 태어난 병아리의 솜털이나 복숭아 겉면의 보송보송 부드러운 상태, 모습과 소리가 흐릿한 느낌이라고 합니다.
  • Haze: 안개나 아지랑이처럼 시야를 가리는 희부연 것이라고 합니다.
두 단어가 합쳐진 'Fuzzy haze'는 햇살이 아주 쨍하게 내리쬐는 것이 아니라, 공기 입자에 반사되어 경계선이 부드럽게 뭉개진 상태를 말합니다. 

내면/체내에서 타오로는 불꽃, 'Internal flame'과 'Glow'

레나는 해나를 보며 빛이 밖이 아닌 '내부로부터 흘러나오고 있다'고 느낍니다. 여기서 작가는 'Light 나 'Fire'가 아닌 'Flame'과 'Glow'라는 단어를 선택했습니다.

  • Flame(불꽃): 단순한 불의 덩어리가 아니라, 뜨거운 열기를 품고 일렁이는 불꽃의 끝부분을 말합니다.
  • Glow(은은한 빛): 번쩍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은은하게 배어 나오는 빛입니다. 야광 스티커처럼 말입니다.
해나의 몸속에 있는 용기와 열정이 뜨거운 불꽃(Flame)이 되어 밖으로 배어 나오는(Glow) 그 순간. 레나는 '사랑'이라는 단어가 왜 발명되었는지 알게 됩니다.

인류 최고의 발명품,  'Invented words for love'

'Inventet'라는 단어는 '발명하다'와 '지어내다'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 부정적: 거짓말이나 핑게를 꾸며낼 때 (지어내다)
  • 긍정적: 세상에 없던 이야기나 캐릭터를 창조할 때(창조/발명하다)

레나는 인간이 이 단어를 왜 발명(invent)했는지 알 것 같습니다. 고통과 기쁨, 두려움과 즐거움의 이해할 수 없는 혼합물(Baffling mixture)을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단어이기 때문입니다.

사랑해 대신 건넨 한마디, "잘 달려(Have a good run)"

해나는 마음이 급합니다. 레나를 위해 계획을 실행하러 가기 전, 긴장과 설렘으로 제자리 뛰기(Jogging in place)를 합니다. 그런 해나를 보면서 느끼는 레나의 감정, 침대에 누워 전선에 손목이 묶여 있으면서도 레나는 그 감정을 알 것 같습니다. 

레나는 해나에게 마음속에서만 "사랑해"라고 합니다. 밖에는 가족들과 감시인들이 있는 이때, 이 상황은 모든 것이 안전하지 않습니다. 레나가 선택 한 건 "잘 달려(Have a good run)"입니다.

마치며

해나의 마음은 나와있지 않지만 해나의 행동은 레나를 위한 사랑입니다. 해나도 알고 있을까요? 울컥하고 마음이 이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