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에 대하여 소설[딜러리엄] 보다가 나온 한 문장
소설 [딜러리엄]을 읽다가 나온 "신분증 돌려줘"를 원서로 확인해 봤습니다. "Let her have the ID" 였습니다.
Let go, Let it go, Let it be처럼 익숙한 단어지만, 실제 생활 속에서는 꽤나 영리하고 무서운 단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신가요?
소설 속 상황 설명: 주인공 레나가 자전거를 타고 가다 급한 마음에 감시인들과 마주칩니다. 감시인들은 레나의 신분증을 요구하고 그녀는 그것을 건네줍니다. 확인 후에 감시인 중 한 명이 신분증을 들고 있는 다른 동료에게 말합니다.
Let her have the ID 신분증을 돌려줘.
왜 'Give 주다'가 아닌 Let을 썼을까요? 이 질문에서 Let의 여러 면을 알 수 잇습니다.
Make her have the ID (강제성 100%):그녀가 갖기 싫어해도 억지로 갖게 만들어. 굳이 쥐여주는 느낌입니다. 감시인이 굳이 이런 수고를 할 필요는 없습니다.
Help her have the ID: 그녀가 신분증을 가질 수 있게 도와줘. 감시인들은 서비스직의 직원들이 아닙니다. 레나에게 친절할 필요도 없지만 친절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결국 Let을 선택했다는 건, 말하는 사람이 상황을 통제하고 있으며, 상대방에게 자비를 베푸는 듯한 '오만한 태도'를 과시하는 것입니다. 내가 허락할 테니 이제 그녀가 가져가게 놔줘라는 뜻입니다
허락의 가면을 쓴 통제
Let의 핵심 의미는 '상대방이 하려는 행동을 막지 않고 허락하거나 그대로 두는 것'입니다
단어 자체에는 '억지로 시키다'라는 강제성이 없습니다. 다만 말하는 사람이 권취를 가지고 있을 때 Let은 그 어떤 말보다 강한 압박이 됩니다. 상대의 자유의지를 존중하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내 책임하에 허락하고 상황을 끝낸다"라는 지시가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Let을 쓰는 영리한 이유
우리가 일상에서 "Let me-" 혹은 "Let's-"를 자주 쓰는 잉ㅎ는 이 단어가 가진 부드러운 카리스마 때문입니다.
Give를 쓰면 공격적으로 들려 반발심을 사기 쉽습니다. 하지만 Let을 쓰면 상대에게 허락을 구하는 느낌이라 기분이 덜 나쁩니다.
불필요한 감정 소모 방지: 사실 속마음은 허락하든 말든 나는 할 건데, 싸우기 싫으니 협조해라에 가깝습니다. 꼭 필요한 상황에서 효율적으로 결과를 내기 위해 전락젹으로 선택하는 단어인 것입니다.
일상 속 Let활용 예
Let me in 나늘 들여보내 줘: 단순히 부탁하는 게 아니라, 문 앞의 나를 가로막지 말고 통과시키라는 요구입니다.
Let him go 그를 놓아줘: 영화 속 인질범에게 쓰는 대사처럼 상대의 통제권을 풀고 그가 갈 수 있게 방치하라 라는 뜻입니다.
마치며 Let은 의지의 단어다
알고 보면 Let은 참 영리하고 일상적인 단어입니다. 싸우기 싫어서 부드럽게 표현할 뿐, 사실은 꼭 하겠다는 말하는 사람의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상대방이 Let을 쓴다면 그것은 단순한 제안이 아니라 거절하기 힘든 주도권의 표현일 수 있습니다. 상대방 역시 자신에게 꼭 필요한 것을 하기 위한 것일 뿐입니다. 나에게 어떤 해를 끼치려는 표현은 아닙니다. 여러분도 앞으로 이 Let의 뉘앙스를 생각하며 문장을 들여다보세요. 몰랐을 때보다 1 정도는 더 재밌고 입체적으로 보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