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러리엄] 당신을 죽게 하고 또 동시에 살게 하는 것

소설 [딜러리엄]을 오늘 다 읽었습니다. 10년도 더 전에 봤었지만 기억이 희미했습니다. 다시 봤는데 역시 명작이고 너무 아름다운 소설이었습니다. 끝으로 갈수록 강렬한 여운을 남기는 작품입니다.

마음을 너무 복잡하게 만든 구절을 소개합니다.

사랑, 그것은 당신을 죽게 하고 또 동시에 살게 한다.
Love: It will kill you and save you, both.

문장 속에 숨겨진 강조의 역할: :both

이 짧은 문장 안에는 앞뒤로 강력한 강조 장치가 숨어 있습니다.
  • 앞에서의 강조 (Love:): '사랑'이라는 단어 뒤에 콜론(:)을 찍어 시선을 고정시킵니다. "사랑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라고 정의를 내립니다.
  • 뒤에서의 강조(, both): 문장 끝에 붙은 'both'는 앞에서 말한 '죽이는 것(kill)'과 '살리는 것(save)'이 결코 따로가 아니라는 것을 한번 더 확인시켜 줍니다. 사랑은 이 상반된 두 가지를 동시에 해내고야 만다는 '확인 사살'인 것입니다.

욕심많은 단어 save의 본질

문장을 읽으며 save라는 단어에 대해 검색해 보았습니다. 평소에 많이 접했던 단어로 뜻이 많은 '욕심쟁이' 단어입니다. 하지만 이 모든 뜻은 "어딘가로 사라지거나 망가지지 않게 안전하게 지키는 것"이라는 하나의 뿌리에서 뻗어 나옵니다.

  • 생명을 지키면?➔구하다, 살리다
  • 돈을 지키면?➔ 저축하다, 아끼다
  • 작업물을 지키면?➔ 저장하다
  • 자리를 지키면?➔ 확보하다
이 문장에서는 앞의 Kill(죽이다)과 대비되어, 단순한 저축이나 저장이 아닌 '살리다/구원하다'라는 묵직한 의미로 쓰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Save vs Help:비슷하지만 다른 '살려주세요'

위급한 상황에서 우리는 확실히 "Help me!"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이 문장에서는 help가 아닌 save를 썼을까요?

1. Help (돕다/구조하다)
  • 숙제를 도와주거나 무거운 짐을 같이 들어주는 일상적인 도움부터, 
  • 불이 났을 때처럼 지금 당장 여기서 꺼내달라는 '긴박한 외침과 동작'에 집중된 말입니다.

2. Save (구원하다/지켜내다)
  •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려는 사람을 붙잡아주거나, 곤경에 빠진 사람을 완전히 꺼내주는 결정적인 도움을 줄 때 씁니다.
  • 나를 죽음이나 이 절망으로부터 건져내서 생명(존재)을 '지켜달라는 결과와 상태'와 집중된 말입니다.
방탄소년단(BTS)의 노래 'Save Me' 가사를 들어보시면 save의 느낌을 알 수 있습니다. 만약 노래 제목이 'Help Me'였다면 그 절박하고 운명적인 느낌이 적었을지도 모릅니다.(물론 'Help ne'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닙니다. 상황에 따라 쓰임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마치며

[딜러리엄]을 읽으면서 아이유의 'Love wins all'의 MV가 자꾸 생각납니다. 처음 나왔을 때 보고 엄청 울었던 기억도 나네요ㅠㅠ









예:BTS의  노래 'Save ME'를 추천합니다. 제목과 가사가 Help me라면 이상했을 것 같습니다. 아!Help Me를 무시하는 것이 아닙니다.
Save의 핵심: 잃어버리지 않게 지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