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엉망진창일 때, 소설 [딜러리엄]과 [판데모니엄]이 알려주는 뇌과학

 뇌과학으로 분석하는 두 소설 속 행동 패턴

요즘 마음이 복잡하거나 생각이 너무 많습니다. 포스팅하려고 컴퓨터 앞에 앉아있어도 아무것도 쓰지 못하겠는 날이 많습니다. 마음이 많이 불안하고 모든 것이 엉망진창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다 [판데모니엄]을 읽으면서 [딜러리엄]에서 봤던 부분을
소설 [판데모니엄]을 읽다가 나온 부분입니다. 사실 포스팅하려고 앉아있어도 아무것도 쓰지 못하겠는 날이 많습니다. 마음이 많이 불안하고 모든것이 엉망진창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요즘 [판데모니엄]을 보는데 얼마전에 다 읽은 [딜러리엄]이 겹쳐졌습니다.소설 속 인물들이 보여주는 '계획'과 '청소'입니다.

이제야 그걸 이해할 수 있었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이런 계획들을 세우다 보니 분이 조금 풀리고, 내 안에서 펄떡이던 공포와 초조감도 조금 가라앉는 것 같았다. 그들의 뜻대로 사느니 나의 뜻대로 죽을 것이다. 나는 알렉스 없이 사느니 알렉스를 사랑하는 채로 죽을 것이다.
 

1. [딜러리엄] 의 계획: 처리는 안 됐지만 내가 제어할 수 있다는 감각

소설 [딜러리엄]에는 레나가 계획들을 세우다 보니 분이 조금 풀리고, 공포와 초조감도 조금 가라앉는 것 같다고 합니다. 아직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았고 단지 계획을 세웠을 뿐입니다. 

이것은 '자이가르닉 효과 (Zeigarnik Effect)'라고 합니다. 인간의 뇌는 끝내지 못한 일을 계속 기억하며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뇌는 '완료'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일은 언제, 어떻게 처리할 지에 대한 계획을 원한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식사를 하고 '오후 4시에 쓰레기통을 비우고 갖다 버리기'처럼 구체적인 시간과 방법을 적으면, 뇌는 이 상황을 내가 통제하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합니다. 심리학에서는 ‘통제감(Sense of Control)’이라고 하며, 뇌에서 불안감이 바로 가라앉는다고 합니다. 

소설 속 레나가 느낀 안도감이 바로 이 통제감의 힘이었습니다.

Then one day I am in the storeroom, sweeping-Raven insists we go through the motions, insists on keeping everything clean----when I  hear shout from avoveground, laughter and running.

2. [판데모니엄] 의 청소: 뇌의 소음을 끄고 현재에 집중하는 법

[딜러리엄]의 다음 편인 [판데모니엄]에서 청소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주변을 쓸고 닦는 청소나 설거지는 눈에 즉각적인 성과가 보여 성취감을 준다고 합니다. 무기력증이나 우울감에 도움이 되지만 뇌과학과 심리학이 밝혀낸 효과는 그 이상이라고 합니다.

청소가 뇌와 심리에 미치는 3가지 과학적 효과

 1) 뇌의 과부하를 막는 '시각적 소음 차단'

  • 어질러진 방이나 싱크대에 쌓인 설거지거리는 눈을 통해 뇌로 끊임없이 시각적 신호를 보냅니다. 뇌는 이 수많은 자극을 처리하느라 자기도 모르게 엄청난 에너지를 낭비하며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청소를 하고 물건을 제자리에 두는 것은 시각적 소음을 강제로 끄는 행위입니다. 자극이 사라진 뇌는 비로소 휴식을 취하고 복잡한 생각에서 벗어나 집중력을 회복할 수 있게 됩니다.

 2) 불안을 잠재우는 '동작의 명상 효과'

  • 바닥을 쓸고 창문을 닦고 접시를 헹구는 것은 매우 단순하고 반복적인 신체 움직임입니다. 심리학자들은 '정적인 명상(Mindfulness)'과 같은 효과를 낸다고 말합니다. 걱정과 불안에서 벗어나, 지금 당장 움직이며 빗자루 소리 같은 '현재의 감각'에 집중하면 스트레스 호르몬(코르티솔) 분비를 뚝 떨어뜨립니다.

 3) 과거의 부정적 감정을 털어내는 '심리적 세척 효과'원리 

  • 최근 심리학 연구(Lee & Schwarz, 2021)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물리적인 행동과 추상적인 심리 상태를 연결하여 인지한다고 합니다. 내 몸에 묻은 먼지를 씻어내거나 방에 쌓인 쓰레기를 버리는 물리적 행동은, 뇌에게 "내 마음속에 쌓인 과거의 실패나 우울한 감정도 함께 밖으로 내다 버렸다"는 무의식적 신호를 줍니다. 즉, 나쁜 감정과 나 자신을 깨끗하게 '분리'해 내는 심리적 세척 효과를 얻게 됩니다

뇌가 편안한 최소한의 청소기준: 숫자 5의 법칙

그렇다면 눈앞에 어질러진 물건 100개나 될 때, 우리는 최소한 얼마나 치워야 뇌가 편안함을 느낄까요?
  • 인간의 뇌는 '고통'을 느낍니다. 100개라는 거대한 숫자를 마주하면 이를 처리해야 할 '거대한 노동(위험)'으로 인식하여 스트레스 호르몬을 뿜어내고 뇌가 행동을 거부하는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이때 심리학에서는 목표를 아주 잘게 쪼개는 '청크 다운(Chunk-down)'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뇌가 좋아하는 최소한은딱 5%만 치우기입니다. 행동주의 심리학의 '5분 법칙'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시작하기 전에는 온갖 거부감을 느끼지만, 일단 행동을 시작하면 '작동 흥분 이론'에 의해 뇌의 측두엽이 자극받아 의욕 호르몬(도파민)을 분비하기 시작합니다. 100개 중 고작 5개를 치웠을 뿐이지만, 내 손으로 직접 환경을 바꿨다는 '주도권(통제감)'이 뇌에 전달됩니다. 뇌는 100개를 다 치웠을 때가 아니라, '상황이 통제되기 시작하는 첫 순간'에 가장 먼저 안도감을 느낍니다.

뇌는 자체 통증이 없다? 몸에게 보내는 알림

인간의 뇌 자체에는 통증을 느끼는 신경 수용체(통각 수용체)가 단 하나도 없습니다. 뇌를 칼로 찌르거나 수술을 해도 뇌 세포 자체는 아무런 물리적 아픔을 느끼지 못합니다. 하지만 뇌가 아닌 몸의 통증으로 우리에게 '알림'을 줍니다.

 1) 신체적 통증(두통과 목·어깨 결림) 

  • 뇌 자체는 아프지 않지만, 과부하를 받으면 뇌를 둘러싸고 있는 뇌막, 머리 주변의 혈관, 목과 어깨의 근육들이 심하게 긴장하며 수축합니다. 우리가  "머리가 띵하다", "머리가 지끈거린다(두통)", "뒷목과 어깨가 딱딱하게 뭉친다"가 이때문입니다. 눈앞의 어지러운 자극들을 처리하느라 뇌 주변의 말초 신경들이 자극을 받아 발생하는 물리적 통증입니다.

 2) 호르몬의 신호(가슴 답답함과 가쁜 숨) 

  • 어지러운 환경을 마주하면 뇌의 감정을 관장하는 편도체가 비상을 걸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뿜어냅니다.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지거나 심장이 빨리 뛰고, 숨이 깊게 쉬어지지 않고 얕아집니다. 뇌가 100개의 물건을 '위험 상황(전쟁 상태)'으로 오인하여 몸을 긴장 상태로 만들기 때문입니다.

 3) 감정적 셧다운( 무기력증) 

  • 뇌에 입력되는 정보가 너무 많아 감당할 수 있는 용량을 넘어서면(인지적 과부하), 뇌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회로의 전원을 내려버리는 '셧다운(Shutdown)'을 시도합니다. 만사가 귀찮아지고, 무기력하게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 쇼츠나 유튜브만 멍하니 보게 됩니다. "나 지금 너무 아프고 지쳤으니 더 이상 아무것도 생각하게 하지 마!"라며 뇌가 우리에게 보내는 강력한 고통의 신호입니다.

마치며: 다정한 나의 뇌에게

  • 뇌는 스스로 아픔을 느끼지 못하지만 그러기에 몸을 빌려 우리에게 알림을 줍니다. 그 해결은 생각보다 쉽습니다. 100개의 어질러진 물건을 다 치우는 것이 아닌 단 5%,  즉 5개만 치워도 뇌의 고통 즉 몸의 고통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이것도 5개를 치움으로써 통제감을 갖게 되는 순간 뇌가 안도감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 한번에 다 할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 당장 완벽함을 요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가만히 멈춰 서서 그냥 한발 한발을 떼기 시작해 보라는 것입니다. 내 몸과 마음의 상태를 뇌가 먼저 알고 처리해 주려 합니다. 뇌는 우리에게(내 몸)에게 어쩌면 너무 다정하고 친절하게 살아갈 길을 알려주는 것 같습니다.
!! 청소하면 도파민이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