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속 '생일 파티'를 보며, 옷장 속 결핍과 폭식의 심리학
It's like a birthday party but better: ours to share, and just for that moment I feel a rush of happiness. Just for that moment, I feel as though I belong here.Our luck has turned. A few hours later, Tack takes down a deer.That night we have our first proper meal since I've arrived. We dish up enormous plates of brown rice, topped with meat braised and softened with crushed tomatoes and deied herbs. It's so good I could cry, and sarah actually does cry, sitting and sobbing in front of her plate.마치 생일 파티 같지만 더 좋아요. 우리끼리 나누는 파티이고, 그 순간만큼은 행복감이 밀려와요. 그 순간만큼은 내가 여기에 속해 있는 것 같아요.운이 바뀌었어요. 몇 시간 후, 택이 사슴을 잡았어요.그날 밤, 제가 도착한 이후 처음으로 제대로 된 식사를 했어요. 으깬 토마토와 말린 허브로 부드럽게 익힌 고기를 얹은 현미밥이 담긴 큰 접시가 나왔어요. 너무 맛있어서 눈물이 날 것 같았고, 사라 역시 접시 앞에 앉아 흐느껴 울었어요.
1. 내 마음에 들어온 소설 속 장면
소설 [판데모니엄]의 장면입니다. 레나는 거의 굶으며 생활하다가 보급품을 받고, 사슴 사냥에 성공합니다. 토마토와 허브로 요리한 고기와 현미밥이라니! 얼마나 맛있길래 눈물이 나고 사라는 울기까지 합니다. 레나는 생일파티 보다 더 좋고 행복과 소속감을 느낍니다.
이 부분을 보고 처음에는 굶다가 먹은 '행복감과 생일 파티'에 대해 포스팅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글을 쓰기 시작하자 쓰고 있는 건 즐거움이 아니었습니다. 제 안에 있던 '배고픔의 기억'이었습니다.
2. 가난이 만든 '옷장 속 창고'
제가 어릴 때 집이 지금보다 형편이 더 안 좋았습니다. 부모님이 늘 일을 하셨지만 저는 항상 배가 고팠습니다. 간식은 상상에도 없었고, 남아 있던 밥이 상한 지도 모르고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먹을 게 없어서 식용유와 고추장으로 비벼서 밥을 먹었었습니다. 나이 먹고 백수로 지낼 때가 많았는데 늘 배가 고팠습니다.
배고픔의 기억 때문이라고는 말할 수 없음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잘못된 소비 습관으로 이어졌습니다. 온라인에서 임박 상품을 떨이 가격으로 사들여 옷장을 가득 채우기 시작한 것입니다. 뜯지 않은 시리얼 바가 박스째로 쌓였고, 종류만 다른 음료팩 수십 개에 싸구려 초콜릿 바를 잔뜩 쟁여 놓았습니다. 밖에서 사 먹으면 비싸다고 나갈 때 챙겨가겠다고 사놨던 것들을 먹지도 않고 보관만 해놨었습니다. 옷장에 먹지 않는 간식이 쌓여서 정작 옷은 보관할 수가 없었습니다. 조립식 옷장을 사서 옷은 그곳에 넣었습니다. 돈이 없어서 돈 아낀다고 잔뜩 사놨던 것들 때문에 오히려 낭비했습니다
3. 뇌가 이성을 마비시키는 순간: 혈당과 진화심리학
밖에서 배고픔을 참다 참다 "빵 한 개만 사자"하고 편의점에 들어가면 이성을 읽고 초코바나 음료수를 잔뜩 사서 나오는 날도 많았습니다. 왜 배가 고프면 이성을 잃고 음식을 마구 사게 될까요? 저는 고도비만으로 몸에 쌓인 지방도 많습니다. 뇌는 비상경보를 울릴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먹지 않고 몸에 쌓인 지방을 에너지로 꺼내 쓰면 될 텐데 뇌는 왜 자꾸 먹으라는 걸까요?
과학적으로 이는 '급격한 혈당 저하'때문이라고 합니다. 밥을 굶으면 정상 혈당(약 70~100mg/dL)이 급격히 떨어지며 뇌의 연료인 포도당이 부족해집니다. 뇌의 시상하부가 즉시 비상경보를 울린다고 합니다. 이때 몸의 지방을 태우는 복잡한 대사 과정보다 훨씬 빠르게 연료를 보충할 수 있는 '당분(초코바)'를 섭취하도록 이성을 마비시킨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이성을 잃고 폭식을 하고 나면 저는 오히려 기분이 더 나빠지고 꼭 후회를 하곤 했습니다.
그럼 먹어서 혈당을 올렸으니 괜찮은 걸까요? 안타깝게도 고도비만일수록 우리 몸은 호르몬 체계가 고장 나는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집니다. 이 때문에 당분 가득한 음식을 먹었을 때 혈당이 필요 이상으로 올라갔다가, 이를 해결하려는 인슐린 때문에 급격하게 떨어진다고 합니다.
혈당이 또 급락하는 순간 뇌의 시상하부는 몸의 에너지가 전혀 없다고 착각하여 또 비상 경보를 울립니다. 이때 생존 본능을 담당하는 파충류의 뇌가 깨어나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는 대뇌피질을 완전히 마비시킨다고 합니다. 즉, 굶어서 한 번, 잘못 먹어서 또 한번 뇌가 당분이 들어간 음식을 먹으라는 강제지시를 내리는 악순환에 빠지는 것이라고 합니다.
진화심리학적으로 인류의 뇌는 선사시대의 굶주림에 맞혀줘 있다고 합니다. 몸에 지방이 아무리 많아도, 혈당이 떨어지면 뇌의 해마는 "언제 다시 굶을지 모른다. 당장 눈앞의 고칼로리를 섭취해라"는 잘못된 신호를 보낸다고 합니다. 몸에 축적된 지방이 많아도 혈당 급락 앞에서는 정말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좋아하는 일본 드라마 [N을 위하여]에서 주인공 중 한 명이 아버지가 가족을 쫓아내고 다른 여자와 살게 되면서 생활고를 겪습니다. 성인이 되어서도 다 먹지도 못할 음식을 잔뜩 만들어 냉장고에 쟁여두는 버릇이 주인공에게 생겼습니다. 책을 좀 더 읽으니 레나 역시 [N을 위하여]의 주인공과 같은 버릇이 생겼습니다. 혈당과 호르몬의 노예가 되어 폭식을 반복하는 제 모습도 마음이 좋지 않습니다.
4. 마치며: 비움과 새로운 시작을 향해
몇 달 전에 이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옷장에 쌓인 간식들을 거의 다 버렸습니다. 물건을 비웠다고 해서 저의 오랜 습관들이 다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 버릇들이 나의 생활을 망치지 않도록 의식하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옷장에 쌓인 간식들을 버린 것처럼 몸에 무겁게 쌓인 지방들도 버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물건 버리기처럼 살빼기는 여간 힘든 것이 아닙니다. 지금 쓰는 포스팅도 불안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조금이나마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입니다. 당장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한발 한발 노력해 나가겠습니다. 혹시나 저와 비슷한 결핍이나 과정을 겪고 계신 분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