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딜러리엄]을 읽고: 머리로 아는 Know와 가슴으로 하는 Understand

소설 [딜러리엄]을 다 읽었습니다. 너무도 인상적이고 아름다운 소설이었습니다. 소설에 대해 깊게 쓰고 싶지만 아직은 조금 어려워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의 영어 문장과 단어를 기록으로 남겨보려 합니다.

Now I understand. It sounds sick, but generating these plans actually makes me feel better, beats back the terrible flutterings of anxiety and fear inside of me. I'd rather die on my own terms than live on theirs. I'd rather die loving Alex than live without him.

이제야 그걸 이해할 수 있었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이런 계획들을 세우다 보니 분이 조금 풀리고, 내 안에서 펄떡이던 공포와 초조감도 조금 가라앉는 것 같았다. 그들의 뜻대로 사느니 나의 뜻대로 죽을 것이다. 나는 알렉스 없이 사느니 알렉스를 사랑하는 채로 죽을 것이다.

전에 Know에 대해 포스팅한 적이 있습니다. 오늘은 Understand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Know vs Understand

1. know(지식/ 사실): 머리로 아는 것

Know: 정말 아는 것. 100% 아는 상태. 언제 어떻게 들어왔는지 모르는 단순한 정보부터 공부해 익힌 지식, 몸으로 익힌 기술, 그리고 직접 겪어서 머리에 남은 감정 데이터까지 '100% 확신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나에게 '경험의 데이터'가 있어서 가능한 것을 말합니다.

  • 지식과 정보: "나는 대통령 이름을 알아." (I know the president's name.)
  • 몸으로 익힌 기술: "나 스케이트 탈 줄 알아."  (I know how to skate.)
  • 경험해 본 감정 데이터: "그 기분이 어떤지 알아." (I know how it feels./ I know that feeling.)
  • ('안다'는 것의 특성 상 잘못하면 오만하게 느껴질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2. Understand(공감/맥락):가슴으로 느끼는 것

Understand: 내가 직접 겪지 않았어도 가슴과 사고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 사실을 '100% 완벽하게 알지 (Know)' 못해도 가능한 공감이 Understand입니다.

내가 직접 겪은 고통이 아니어도 사람이기에 알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친부모의 폭행으로 죽은 아기들, 개농장의 뜬장에 같혀 맞아 죽는 동료를 바라보는 개들의 공포와 무력감. 내가 아기가 아니고 개가 아니지만, 사람이기에 그 맥락이 짐작되고 마음이 아픈 것, 그것이 공감입니다.

뉴스에 나오는 심각한 일들도  Understand 할 수 있습니다. 내가 태어나기 전인 일제강점기의 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그 시대의 차가운 감옥에 갇혀본 적도 없고, '조센징'이라며 두들겨 맞은 적도 없습니다. 100년 전의 일이라 직접 겪지는 않았지만, 한국인으로서 Understand 할 수 있습니다. 직접 겪은 아픔이 아니어도, 구체적인 사실을 다 몰라도 가능한 공감이 바로 Understand입니다. 100%가 아니어도 상대의 상황을 받아들이고 마음의 공간을 내어주는 것입니다.

문장 속 영어 표현 살펴보기

1. I'd rather (I would rather)

우리가 한국어를 줄여 말하는 것처럼(예: 나는→난), 원어민들도 말하기 편하게 줄여 쓴다고 합니다.
I would raterI'd rather로 줄이면, would에 실렸던 힘이 빠지는 대신 뒤에 오는 단어인 'die'나 'loving'이 더 눈에 들어오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2. 왜 I will rather가 아닐까요?

영어에는 단어끼리 짝을 지어 다니는 약속이 있습니다. '차라리 ~하겠다'고 할 때는 would rather을 씁니다.
  • will: (단순히) ~하겠다
  • would: (가정의 느낀) ~한 상황이라면 ~할 텐데
소설 속 레나는 지금 당장 죽겠다는 것이 아니라, "그런 상황이 온다면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would rather가 맞는 표현입니다.

3. Loving Alex: '동안'이 아니라 '채로'

~ing는 보통 '~하는 동안'으로 해석되곤 합니다. 만약 '알렉스를 사랑하는 동안에 죽겠다'고 하면 단순히 시간적인 의미가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문장에서 레나는 시간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알렉스를 사랑하는 채로, 그 사랑을 품고 있는 상태로 죽겠다는 마음을 표현한 것입니다.

4. Without him: 그가 없는 상태

  • with: (~와 ) 함께, 옆에 있는 느낌
  • out: (밖으로) 나가는, 벗어나는 느낌
이 두 단어가 합쳐지면 옆에 있던 그가 밖으로 나가버려서 사라진 상태, 즉 내 곁에서 빠져나간 '텅 빈 상태'를 의미하게 됩니다.

마치며

시작부터 뒤로 갈수록 마음이 아픈 소설이었습니다. 평범한 세상이었다면 레나와 알렉스는 서로 사귀고 결혼을 하거나 혹은 헤어질 수도 있습니다. 살아가면서 사랑했던 그 기억을 꺼내보면서 사랑받았던 기억으로 힘을 내어 살아갈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가만히 있으면 강제치료로 감정이 지워진다는 소설 속 설정은 레나가 극으로 치달을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 상황에서 레나가 하려는 선택을 Understand 할 수 있을 것 같아 더 울컥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