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러리엄] 소설 속 Run

10년도 더 전에 읽었던 소설 [딜러리엄]을 최근에 다시 봤습니다. 사랑이 치료해야 하는 질병으로 규정된 세상이 배경입니다. Run 이라는 단어가 나와서 그 장면에 대해 포스팅합니다.

사랑해, 라는 말 대신 "잘 달려"

소설의 끝 부분에 레나는 침대에 팔이 들려 전선에 묶인 채 누워 있습니다. 자신을 찾아온 친구 해나에게 부탁을 했습니다. 위험한 일이지만 해나는 기꺼이 응했고 레나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마음이 급한 상태입니다. 당장이라도 달려 나갈 준비가 된 해나를 보며 레나는 생각합니다.
해나는 벌써 제자리에서 달리기를 하며 다급하게 물었다. 나는 해나가 빨리 나가서 계획을 행동에 옮기려는 생각뿐이라는 것을 알았다. 사랑해, 라고 나는 생각했지만 숨을 고르고 입 밖으로 꺼내어 놓은 말은 "잘 전 달려."였다.

Hana repeats impatiently, jogging a little in place. I know she's eager to get going and put the plan into action. I love you, I think, but what I say, gasping a little, is: "Have a good run."
레나는 그 순간 깨닫습니다. 왜 '사랑'이라는 단어가 만들어졌는지, 해나에게 "사랑해"라고 속으로 생각했지만 말하지 못합니다. 해나의 안녕과 자유를 빌며 "잘 달려"라고 말합니다.

마지막 순간의 외침, "달려"

레나와 알렉스는 함께 도망쳤지만 헬기가 뜨고 수많은 경찰들이 그들을 둘러싸고 점점 좁혀져 오고 있습니다. 알렉스는 레나를 살리기 위해 대신 먹잇감이 되려고 합니다. 그 자리에 멈춰서서 죽음을 마주한 채 레나에게 마지막 한 단어를 전합니다.

그때 그가 입을 열었고 그의 입은 마지막 한 단어를 말했다.
'달려.'
And then he opens his mouth and his mouth forms one last word.
The word is: Run.

이 짧은 한마디에 담긴 무게는 가볍지 않습니다. 알렉스의 "Run"은 단순한 명령이 아니라 자신의 목숨을 바쳐 건넨 한마디였습니다. 레나만은 살리려 한 알렉스의 마지막 몸부림이었고 어쩌면 "달려"는 "사랑해"와 같은 말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말하지 못한 '사랑'의 다른 이름들

해나와 레나의 마지막, 그리고 알렉스와 레나의 마지막 장면에서 단어는 공통된 'Run'이었습니다.

누군가를 사랑을 너무 쉽게 내뱉기도 하지만, 또 누군가는 말할 상대가 없어서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합니다. 혹은 그 마음이 너무 아깝고 소중해서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합니다. [딜러리엄] 속 인물들에게는 사랑은 자신이 어떻게 되더라도 상대방이 자유로워지는 것, 즉 달아다는 것이었습니다.

목숨을 걸고서라도 누군가를 위해 뭔가 해줄 수 있다는 것이 너무도 부럽습니다. 해줄 수 있는 상대가 있다는 것이 정말 부럽습니다.

레나는 2권 [판데모니엄]에서 해나와 알렉스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알렉스는 살아 있을까요? 궁금하지만 마음이 아플 것 같아서 읽어야 할지 싱숭생숭하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