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라는 단어에 담긴 6,000년의 역사
"나는 너를 사랑해. 기억해. 그들도 그것만은 나에게서 빼앗아갈 수 없어.""I love you. Remember. They cannot take it."
소설 [딜러리엄]의 마지막 문장입니다. '사랑'이 질병으로 규정된 사회를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을 다 읽었습니다. [딜러리엄'에서 금지된 이 '사랑'이란 단어를 오히려 더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1. 6,000년 전, 나라조차 없던 시절: *leubh-
언어학자들이 추적한 사랑의 가장 오래된 뿌리는 약 6,000년 전의 '인도유럽조어 (PIE)'인 '*leubh-'입니다. 당시에는 '보살피다, 갈망하다, 원하다'라는 넓은 의미를 담고 있었고 라틴어의 libet(기쁘다)이나 산스크리트어의 lubhyati(갈망하다) 등으로 갈라져 나갔다고 합니다.
여기서 '인도유럽조어'란 특정한 나라의 언어가 아닙니다. 6,000년 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남부 초원 지대에 흩어져 살던 유목민들이 쓰는 '인류 공통의 옛날 말투'같은 것입니다. 이들이 사방으로 퍼져 조상(祖 )이 되었습니다. 영어, 독일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인도의 힌디어까지도 올라가 보면 '인도유럽조'라고 합니다. 글자처럼 기록은 없지만 학자들이 언어들을 비교해 찾아낸 것입니다.
2. 독일인과 인도인이 형제? 환경이 바꾼 외모
재밌는 것은 외모적으로 전혀 닯아보이지 않는 독일인과 인도인의 언어가 한 뿌리에서 나왔다는 것입니다. 같은 말을 쓰면서 모여 살던 유목민들이 흩어졌고 수천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사는 곳의 환경에 적응하며 사람의 외모가 변한 것입니다.
제가 아는 독일에서 가장 유명인인 히틀러의 조상이 인도 쪽으로 갔다면 어땠을까요? 그가 찬양했던 '아리아(Aryan)'라는 말 자체가 고대 인도어(산스크리트어)로 '고귀한 사람'이라는 뜻이라고 하니 참 아이러니합니다.
그의 조상이 인도로 갔다면 유대인 학살은 없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반대로 소설 [딜러리엄]의 상황이 인도였다면 '명예살인'같은 비극이 어떤 형식으로 나타났을지 모르겠습니다.
3. 영어의 성장기, 우리나라 역사와 비교하기
영어가 지금의 틀들 갖추기 시작한 시기를 이해하기 위해 '세기'를 계산해 봤습니다. (세기에서 1을 빼고 00을 붙이면 연도가 됩니다!)
4세기: *게르만조어 - lubo: 'leubh-'는 게르만어 계열에서 'lubo'로 번했고 '신의 사랑'이나 '깊은 애정'을 뜻했습니다.
5세기 (400년대): 고대 영어 - lufu: 우리가 아는 'Love'와 가장 닮은 형태로 5세기 경부터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남녀 간의 사랑뿐만 아니라 우정, 신에 대한 사랑 등을 모두 포함하는 포괄적인 단어였다고 합니다.(우리나라 고구려 장수왕 시절과 비슷)
11세기 (1000년대): 고대 영어가 마무리되던 시기입니다.(우리나라 고려 시대 초기와 겹침)
미국은 태어난지 얼마 안된 나라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쓰는 언어는 우리 삼국시대만큼이나 깊은 역사를 품고 있습니다. 새삼 우리나라가 '어깨 뿜뿜' 너무 자랑스럽습니다.
4. 기록으로 남겨진 사랑의 흔적들
약 서기 700-800년대 (최조의 기록): 영어의 조상인 고대 영어 'lufu'가 성경 해설서나 시집 등에 처음 기록되었습니다
1300년대 중세 영어: 초에 사랑하는 대상 (A beloved person)'으로 부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1500-1600경대: Fall in love 라는 표현은 15세기 초, Love affair(연애 사건)은 1590년 대에 처음 기록되었다 기록 기록기록 . 셰익스피어 시대에 이르러서 낭만적인 사랑의 의미로 구체화되었다 한다. 1590년 이전에도 당연히 사람들은 사랑을 하고 연애를 했겠지만 딱 정해진 단어가 없었다고 합니다.
1919년:Love life 애정생활 이라는 말이 등장했습니다.
마치며:
[딜러리엄]이 작가의 창작으로 만들어 낸 소설이라는 것에 감사합니다. '사랑'이 질병으로 규정되어 치료 받는 세상은 아니지만 비슷한 세상은 어딘가에 분명히 있습니다.
전 [딜러리엄]의 레나와 알렉스를 보면서 아이유의 'love wins all' 뮤비가 계속 생각났습니다. 처음 노래 나왔을 때 뮤비 보고 리액션 영상 보고 엄청 울었었습니다. 일단 뮤비여서 다행이고 어디선가 당당히 자기 일을 하고 있을 아이유와 태형(뷔)이라고 생각하니 안심이 됩니다.
단어 앞에 *가 붙는 것이 뭔지 몰라 검색했습니다. 당연하게도 6,000년 전에는 글자가 없었습니다. 학자들이 나중에 나온 언어들을 거꾸로 올라가는 조사를 하면서 이렇게 했겠구나 라고 추리해 낸 것입니다. 앞에 붙은 별표(*)는 언어학에서 중요한 약속입니다. 실제로 적힌 기록은 없지만 학자들이 분명히 이랬을 거야 라고 복원해낸 단어 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