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러스(CITRUS), 고대인들의 사치품을 즐기는 우리 (520 색연필 #10)
제가 너무 좋아하는 저의 물건 중에 520색 색연필 세트가 있습니다. 그림을 그려볼까 해서 큰맘 먹고 샀지만, 아까운 마음에 보관만 하고 있는 소중한 물건입니다.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이 색연필들을 순서대로 하나씩 기록으로 남기고 있습니다. 오늘의 색연필은 'CITRUS(시트러스)'입니다.
색연필 대의 겉면이나 종이에 직접 색칠을 해보니 맛있는 귤색 같습니다. 실제로 우리의 겨울철 대표 간식인 귤 역시 시트러스의 한 종류입니다. 영어사전에 CITRUS를 치면 '오렌지·레몬 등의 감귤류 과일’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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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20 색연필 #10 시트러스 색연필 전체 |
시트러스는 크게 만다린, 시트론, 포멜로, 그리고 이들이 섞인 교배종 계열로 나뉩니다. 그중 많은 사람이 겨울철 이불 속에서 까먹고 싶어 하는 귤은 '만다린'계열에 속합니다. 단순히 상큼하고 맛있는 과일인 줄만 알았던 시트러스는 인간보다 먼저 지구에 나타난 고대 과일입니다.
1. 800만 년 전 고향 땅의 조상 시트러스는 '초록색'이었다.
과학자들의 정밀한 유전자 분석에 따르면, 지구상에 최초의 '진짜 시트러스'가 등장한 것은 무려 약 800만 년 전이라고 합니다. 인류가 지구에 나타나기 훨씬 전부터 존재했던 깊은 역사의 고대 과일인 셈입니다.
우리가 흔히 할 수 있는 생각과 달리, 시트러스의 진짜 고향은 고대 아시아의 히말라야 동쪽 기슭(오늘날의 인도 북동부, 미얀마, 중국 남서부 지역)입니다. 당시 고대 시트러스들은 몬순 기후(계절풍)라는 급격한 기후 변화를 겪으며 진화했는데, 놀랍게도 그 시절의 오리지널 과일들은 모두 초록색이었습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지금도 이 고향 땅에는 수많은 원시 시트러스들이 야생 상태 그대로 자라고 있으며, 다 익었을 때도 온통 초록색을 띠는 현상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과일이 알록달록 해지는 비밀: '일교차'
과일 껍질이 우리가 아는 주황색이나 노란색으로 예쁘게 변하려면, 밤 기온이 서늘해지면서 초록색을 내는 '엽록소'가 파괴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껍질 속에 숨겨져 있던 고운 색상들이 겉으로 드러나게 됩니다.
그러나 시트러스의 고향은 800만 년 전과 마찬가지로 지금도 밤낮으로 늘 따뜻하고 습한 기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일교차가 없기 때문에, 이곳의 야생 시트러스들은 초록색이지만, 속은 즙이 가득 차 있고 향과 단맛이 완벽하게 완성되어 있습니다. 현지 주민들에게는 '다 익은 초록색 과일'이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우리가 마트에서 만나는 캘리포니아 오렌지나 제주도의 귤은, 고향을 떠나 따뜻함과 차가움이 공존하는 일교차를 겪으면서 껍질의 엽록소가 파괴되어 현재의 예쁜 주황색과 노란색을 갖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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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20 색연필 29 CITRUS 각인 |
2. 향기에 반한 고대인들, 이름에 숨겨진 어원
시트러스는 맛도 훌륭하지만, 그보다 더 강력한 매력은 바로 '항기'에 있습니다. 이름의 유래를 살펴보면 고대인들이 이 향기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과거 고대 그리스인들은 향기에 반해, 향이 아주 좋고 나무질이 단단한 백향목(향나무)을 '케드로스(Kedros)'라고 불렀습니다. 이 단어가 라틴어로 넘어가면서 '시트루스(Citrus)'라는 단어가 되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고대 유럽인들의 눈에 아시아에서 건너온 감귤류 열매(시트론)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낯선 열매의 잎사귀와 껍질을 만지는 순간, 자신들이 잘 알고 있던 백향목과 똑같이 상큼하고 진한 향기가 뿜어져 나왔습니다.
여기에 매료된 고대 유럽인들은 이 열매가 열리는 나무를 '시트루스'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즉, 시트러스는 단어 자체가 '향기가 끝내주는 나무'라는 뜻을 품고 있는 것입니다.
3. 뇌를 깨우는 시트러스의 3대 후각 테라피 효과
실제로 시트러스(감귤류) 향은 인간의 뇌에서 감정과 기억을 담당하는 '변연계를 직관적으로 자극'하여 테라피 효과를 발휘한다는 사실이 현대 과학으로 효과가 증명되어 있습니다.
천연 우울증 치료제(기분 전환): 레몬, 오렌지, 자몽 등의 시트러스 향은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합니다. 이는 마음이 무기력하고 우울한 기분이 들 때 햇살을 받는 듯한 강력한 항우울 효과를 냅니다.
스트레스 및 불안 완화: 시트러스의 주성분인 '리모넨(Limonene)'은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를 낮추고 부교감 신경을 활성화하여 불안감을 완화하고 심신을 이완해 줍니다.
집중력 및 면역력 강화: 특히 레몬이나 라임 향은 뇌를 깨워 정신적 피로를 줄이고 집중력과 기억력을 향상시킵니다. 또한 신체의 면역 기능을 활성화하는 데도 도움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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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20 색연필 Y9 /520 colorS |
4. 눈과 손으로 치유하는 다채로운 컬러테라피
향으로도 뛰어난 효과가 있지만, 시트러스가 보여주는 색채 테라피 역시 놀라울 정도로 강력합니다. 색채 심리학 관점에서 노란색과 주황색은 우리 마음에 놀라운 변화를 선물합니다.
🍋노란색 테라피: 노란색은 '태양'과 '자존감'을 상징합니다. 두뇌 활동을 자극하여 지적 자극을 돕고, 소화기 계통을 활성화하며, 자신감과 낙천적인 사고를 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주황색 테라피: 주황색은 '관계'와 '즐거움', '창의성'을 뜻합니다.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주고 상처받은 감정을 다스리며, 억눌린 슬픔을 자연스럽게 풀어내는 감정 치유에 주로 사용됩니다.
🎨서랍 속 색연필로 시작하는 '셀프 미술치료'
이러한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는 간단한 준비만 하면 됩니다. 도화지나 주변에 남은 종이에 컵이나 다른 물건을 대고 동그라미나 네모를 그린 뒤, 그 안을 색으로 채우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미술치료(Art Therapy)'가 됩니다.
집안 서랍 속에 잠자고 있던 안 쓰던 색연필을 꺼내어 사각사각 채워나가는 겁니다. 선 밖으로 나가도 괜찮고, 완벽하게 색칠하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손끝에 느껴지는 종이와 색연필, 서각 거리는 색칠 소리와 눈에 들어오는 색채를 조용히 느끼는 그 순간 자체가 치료가 되어줍니다.
💥시각과 후각의 폭발적인 힐링 시너지
한 걸음 더 나아가 컬러 테라피로 노란색이나 주황색을 바라보며 싱그러운 시트러스 향을 맡으면, 시각과 후각이 동시에 자극되어 스트레스 해소와 힐링 효과가 무려 2배 이상 증폭됩니다.
비싼 향수나 아로마 오일을 살 필요 없이 가까운 마트에 가서 오렌지 하나만 사 오면 끝납니다. 방 안에서 귤이나 오렌지 껍질을 까는 그 순간, 껍질에서 툭 터져 나온 미세한 천연 오일 성분은 단 0.2초 만에 코의 점막을 통과해 뇌의 변연계에 도달하고, 0.5초 만에 세로토닌과 도파민을 자극하기 때문입니다.
막힌 공간이나 사무실에서 누군가 오렌지 한 개만 까도 순식간에 공간 전체로 상큼한 향이 퍼지는 이유가 바로 이 강렬한 휘발성 오일 덕분입니다. 향 성분이 뇌의 교감신경을 부드럽게 자극해 정신을 맑게 깨우고 집중력을 높여주니, 오후에 졸리고 피곤하다고 마시는 커피보다 오히려 더 건강하고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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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20 색연필 CITRUS 연필심 |
5. 왕실의 치료제에서 귀족의 유리온실까지
오늘날 우리에게는 친숙하고 흔한 과일이지만, 고대인들에게 시트러스는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초호화 사치품이자 귀한 약재였습니다. 지금처럼 아무 때나 사서 먹을 수 있는 간식이 아니었습니다.
고대 로마나 그리스로 처음 건너간 초기 시트러스는 지금과 달리 즙이 시큼했습니다. 고대인들은 이를 먹기보다는 실내 공기를 정화하는 천연 방향제나 벌레로부터 옷을 지키는 천연 방충제로 사용했습니다.
특히 로마의 귀족들과 왕실에서는 이 강렬한 신맛과 향기에 특별한 힘이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들은 시트러스가 독을 해독하고, 소화를 돕고, 입 냄새를 없애주는 마법 같은 효과가 있는 귀한 약으로 대접했습니다.
이러한 인기는 근대까지 이어져, 17세기 유럽 귀족들 사이에서는 겨울철에도 시트러스 나무를 살려내기 위해 정원에 유리온실(Orangerie, 오랑주리)을 만드는 것이 부와 권력을 과시하는 대유행이었습니다.
6. 시트러스(CITRUS)의 시각적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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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가지 종류의 종이 위에 시트러스 컬러 색연필로 테스트한 면적, 선, 곡선, 별 모양 발색 |
마치며: 고대인들의 사치품을 즐기는 방법
21세기의 우리들은 17세기 유럽의 귀족들처럼 정원에 유리온실을 만들지 않아도 됩니다. 지갑 하나 들고 마트에 가서 귀족들이 누렸던 최고급 사치품을 마음껏 즐길 수가 있습니다.
눈에도 좋고, 뇌에도 좋으며, 지친 마음에 생기까지 불어넣어 주는 좋은 것투성이인 시트러스! 마트에 가셨을 때 오렌지 하나, 레몬 한 알 구매해서 느껴보시는게 어떨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