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어리 레드(FIERY RED) | 불타는 색의 반전 매력, 'Fiery Red' 발색 후기-520색연필 #22 (343 R1)

오늘의 색연필 이름은 '불타는 듯한', '격렬한'이라는 뜻을 가진 'Fiery'의 'Red'입니다. 이름만 들으면 굉장히 강렬한 빨간색 같습니다. 단어로 떠오르는 것을 매치했을 때도 활화산이나 이글거리며 폭발하는 태양의 불꽃, 새빨간 고추 같은 것들입니다.

분홍색과 흰색이 섞인 거친 질감의 배경 위에 가로로 놓여 있는 브루트프너(Brutfuner) 520 파이어리 레드(Fiery Red) 컬러 색연필 사진. / A Brutfuner 520 colored pencil in "Fiery Red" placed horizontally on a textured pink and white background.
'파이어리 레드(Fiery Red)' 색연필 한 자루

그런데 제가 가지고 있는 이 '파이어리 레드(Fiery Red)'를 종이에 색칠했을 때는 의외로 굉장히 착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납니다. '그냥 색연필로 색칠한 것'뿐이니 어떤 나쁜 것이 생각날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이 '파이어리 레드'를 보다 보니 '불사조'와 '붉은 용'이 떠올랐습니다.

세상에 한 마리만 있는 불사조


해리 포터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영화에서 덤블도어 교수의 불사조 '폭스'를 보셨을 겁니다. 영화를 본 지가 오래돼서 기억이 정확하지 않지만, 못된 엄브릿지에게 붙잡힐 위험에 처했을 때 불사조의 발을 잡고 날아가 도망치던 명장면이 기억납니다.

전설에 따르면 불사조는 온 세상에 단 한 마리만 존재한다고 합니다. 일반적인 생물처럼 짝을 만나 번식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불타서 재가 된 뒤 그 잿더미 속에서 새끼 불사조로 부활하기 때문입니다. 

영화 속에서도 늙은 폭스가 불타 없어진 뒤 귀여운 아기 새로 깨어나던 신비로운 장면이 생각납니다. 이 신비한 불사조의 눈물은 그 어떤 상처도 치유하는 기적의 힘을 가졌고, 깃털은 강력한 마법의 도구가 됩니다.
분홍색과 흰색이 섞인 거친 질감의 배경 위, 'FIERY RED' 글자와 숫자 '343'이 각인된 브루트프너(Brutfuner) 520 색연필 표면을 확대한 사진. / A close-up photo of the Brutfuner 520 colored pencil surface inscribed with "FIERY RED" and the number "343", placed on a textured pink and white background.
343, 'FIERY RED'

사람들이 불사조의 개념을 처음 만든 곳은 고대 이집트라고 합니다. 당시 이집트인들은 태양을 숭배하며, 매일 아침 태양이 다시 떠오르는 모습을 보고 '베누(Benu)'라는 신비로운 왜가리 모양의 새를 만들어냈습니다. 이 새는 태양과 창조의 신을 상징했으며, 죽지 않고 영원히 다시 태어나는 '부활과 영생'의 시초가 되었습니다.

우리가 지금 부르는 '피닉스/페닉스'라는 이름은 고대 그리스인들이 이집트의 이야기를 수입하면서 지어주었습니다. 기원전 5세기경, 그리스의 역사학자 헤로도토스가 이집트를 여행한 뒤 "그곳에 500년마다 스스로 불타서 다시 태어나는 신비한 새가 있다"라고 기록에 남기면서 유럽 전역에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원래 신화 속 용이나 괴물들은 기독교 사회로 넘어오면서 '악마'로 취급받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분홍색과 흰색이 섞인 거친 질감의 배경 위, 은박으로 'R1 / 520 colors'가 새겨진 브루트프너(Brutfuner) 520 색연필 끝부분을 확대한 사진. / A close-up photo of the Brutfuner 520 colored pencil end with "R1 / 520 colors" inscribed in silver foil, placed on a textured pink and white background.
반짝이는 은박 R1 / 520 colors

인간의 프레임에 갇힌 '붉은 용'의 누명


성경(요한계시록)에 "하늘에 큰 붉은 용이 있다"라고 표현했기 때문에 서양인들에게 Red Dragon은 단순한 상상의 동물이 아니라, 악으로 낙인찍히게 되었습니다.

전설 속 붉은 용들은 성이나 동글에 살며 엄청난 금은보화를 모아놓고 독차지하는 '탐욕'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영화 '호빗'에 나오는 거대한 용 '스마우그'가 바로 이 정통 서양 용의 모습을 표현한 것입니다.

결국 용은 기사가 자신의 용맹함과 정의로움을 증명하기 위해 반드시 칼로 찔러 죽여야 하는 프레임(제물) 속에 갇혀 있습니다. 서양 기사 문학의 단골 공식은 '용을 죽이고 공주화 보물을 구하는 것'인 것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보물을 지키는 것이 나쁜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분홍색과 흰색이 섞인 거친 질감의 배경 위, 옅은 갈색의 나무 단면과 뾰족한 연필심이 선명하게 보이는 브루트프너(Brutfuner) 520 파이어리 레드(Fiery Red)의 촉 부분을 확대한 사진. / A close-up photo of the Brutfuner 520 colored pencil tip in "Fiery Red" on a textured pink and white background, clearly showing the light brown wood grain and the sharpened pencil lead.
파이어리 레드(Fiery Red)의 연필심

또 다른 붉은 용 '매직 버니'


제가 요즘 3부를 기다리면서 다시 읽고 있는 '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가 있습니다. 여기에 '매직 버니'라는 괴담 생물이 나옵니다. 판타지 랜드의 마스코트로 분홍색 토끼이지만, 그 안에는 붉은 용이 잡혀 들어가 있음으로 저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매직 버니는 성격이 포악하고 폭력적으로 나옵니다. 하지만 자신의 강력했던 원래 몸을 그리워하며 되찾으려 몸부림치던 서사로 이해되어서 읽으면서 잠깐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동양)에서 용은 예전부터 길한 존재였습니다. 가뭄을 몰아내 주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존재였습니다. 참고로 '괴담출근'에도 청룡의 존재가 언급되었습니다.

이들이 정말 무슨 나쁜 짓을 해서 악하고, 좋은 일을 해서 선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만든 이미지나 프레임이 그렇게 덧씌워졌고 사람들의 상상 속에서 보물도 탐하고 사람도 해치거나 도와주는 존재가 된 것 같습니다. 소설 속 매직 버니도 인간에 의해 괴담이라는 틀에 갇혀 괴물이 되어버린 것처럼 말입니다.

종이 색상별 파이어리 레드(Firey Red) 색연필 발색 비교


강한 이름에 비해 컬러가 다정한 느낌입니다. 색연필이 무르지 않고 단단한데 종이에 색칠이 너무 잘됩니다. 검은 도화지에는 묻히지만 그래도 잘 보이는 느낌입니다.

서로 다른 질감과 색상을 가진 4가지 종류의 종이 위에 브루트프너(Brutfuner) 520 파이어리 레드(Fiery Red) 컬러 색연필로 선과 별 모양 등을 그리며 발색 테스트를 한 사진. / A photo of a color swatch test using the Brutfuner 520 colored pencil in "Fiery Red" on four different types of paper, showing various lines and star shapes.
종이 종류에 따라 다르게 표현되는 파이어리 레드(Fiery Red)의 매력

마치며


이름은 거창한 'Fiery Red'이지만, 실제로는 따뜻하고 다정하게 보이는 컬러입니다. 종이에 칠해보니 컬러가 너무 예뻐서 이런 느낌의 메이크업을 하거나 원피스를 입고 밤바람을 시원하게 맞으면서 거리를 걷고 싶은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