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바레(CABARET) | 물랑루즈의 조명 컬러 (520 색연필 #20)

포스팅하기 며칠 전에 사진을 찍어놓으려고 색연필을 봤는데, CABARET라는 단어가 새겨져 있어서 "어라?" 싶었습니다.

'내가 아는 그 캬바레 색인가?'하고 혼자 생각했습니다. 사실 캬바레에 대해 정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옛날 TV에서 어렴풋이 봤던 것 같습니다. 단어도 카바레가 아닌 캬바레로 알고 있었습니다.
분홍색과 흰색이 섞인 거친 질감의 배경 위에 가로로 놓여 있는 브루트프너(Brutfuner) 520 카바레(Cabaret) 컬러 색연필 사진. / A Brutfuner 520 colored pencil in "Cabaret" placed horizontally on a textured pink and white background.
'카바레(Cabaret)' 색연필 한 자루

번쩍이며 돌아가는 미러볼 조명 아래서 지루박을 추는 남녀 어른들이 떠오르는데,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그리 긍정적인 이미지로 그려지지 않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정확한 제목은 기억나지 않습니다. 대충 그런 장면을 봤었고 '지루박'이 춤의 한 종류라는 건 알지만 사실 어떤 춤인지는 모릅니다.

그러니까 정확히 알지도 못하고 기억도 희미하지만, 저에게 카바레는 그렇게 좋은 느낌은 아니었던 겁니다. 하지만 제게 어떤 이미지로 남아있든 간에 이번 색연필 컬러 이름이 'CABARET'이기에 정보를 찾아봤습니다. 그리고 제가 너무나도 잘못된 편견으로 오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카바레(Cabaret)는 사실 '화사한 자줏빛 핑크'

제가 칙칙하고 어둡게 생각했던 것과 달리, 글로벌 색채 기업 팬톤(Pantone)의 공식 컬러북에도 등록된 '카바레'는 아주 화사하고 매혹적인 '자줏빛 핑크(또는 푸시아 핑크)'를 뜻합니다.

그렇다면 왜 이 아름다운 핑크색에 '카바레'라는 이름이 붙은 걸까요? 이 단어의 진짜 유래를 찾아보았습니다.

•고대 그리스어 '카마라(Kamara)': 크기와 상관없이 '둥근 아치형 천장을 가진 방'을 뜻했습니다.

•라틴어 '카메라(Camera)': 로마인들이 이 단어를 받아들이면서 '방(Room)'을 뜻하는 말이 되었습니다.

참고로 우리가 매일 쓰는 '카메라(Camera)'라는 단어도 여기서 유래했습니다. 알고 보면 '카바레'와 '카메라'는 같은 어원에서 나온 형제 단어이기도 합니다.

•중세 프랑스 북부 방언: 이 단어가 프랑스를 거치면서 '캉브레트(Camberete)'로 변했는데, '둥근 천장을 가진 작은 비밀의 방'이라는 뜻입니다.

•17세기 프랑스 카바레: 당시 사람들은 이 아늑하고 작은 방에 모여 앉아 술을 마시곤 했습니다. 이러한 풍습이 이어져 17세기 프랑스에서 '카바레(Cabaret)'는 선술집, 대폿집, 주점을 뜻하는 단어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분홍색과 흰색이 섞인 거친 질감의 배경 위, 'CABARET' 글자와 숫자 '309'이 각인된 브루트프너(Brutfuner) 520 색연필 표면을 확대한 사진. / A close-up photo of the Brutfuner 520 colored pencil surface inscribed with "CABARET" and the number "309", placed on a textured pink and white background.
309, 'CABARET'

1881년 파리 몽마르트르, 문화의 꽃이 피다

단순한 주점이었던 카바레가 대변신을 하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1881년 프랑스 파리 몽마르트로 언덕에 '르 샤 누아(Le Chat Noir)'라는 '검은 고양이'라는 뜻을 가진 선술집이 문을 엽니다.

이곳의 주인은 손님들에게 술만 판 것이 아니었습니다. 가난한 시인, 화가, 음악가, 무용수들을 불러 모아 술잔을 앞에 두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작은 무대 공연'을 선보였습니다.

이 시도가 그야말로 대성공을 거두면서, 이후 그 유명한 '물랑루즈(Moulin Rouge)'같은 거대한 쇼로 발전하게 됩니다. 결국 '카바레=식사와 술을 즐기며 보는 화려한 무대 쇼'라는 세계적인 문화 단어로 완전히 굳어지게 된 것입니다.

분홍색과 흰색이 섞인 거친 질감의 배경 위, 은박으로 'R26 / 520 colors'가 새겨진 브루트프너(Brutfuner) 520 색연필 끝부분을 확대한 사진. / A close-up photo of the Brutfuner 520 colored pencil end with "R26 / 520 colors" inscribed in silver foil, placed on a textured pink and white background.
반짝이는 은박 R26 / 520 colors

요즘 식으로 표현하는 '카바레'의 컬러 느낌

컬러로서의 카바레(Cabaret)'는 체리핑크나 진한 자줏빛 핫핑크를 말합니다.

영화 제목이자 실제 프랑스 파리에 있는 유명한 카바레 극장 이름인 '물랑루즈(프랑스어로 붉은 풍차)'를 보신 분들이라면 어떤 느낌인지 단번에 아실 겁니다.

저도 아주 예전에 봐서 기억이 희미하지만 의상, 노래, 조명 뭐 하나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고 화려하고 아름다웠던 기억이 남아있습니다.

화려한 밤의 축제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진한 핫핑크 조명과 스크린을 가득 채우던 무용수들의 화려한 드레스와 짙은 립스틱 색상이 바로 이 카바레 컬러입니다.

영화보다 더 거대하고 파격적이었던 실제 물랑루즈

여기서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영화 속 물랑루즈보다 실제 역사 속 물랑루즈가 훨씬 더 거대하고 파격적이었다는 점입니다.

영화는 현대적인 감각에 맞춰 팝송을 사용했지만, 실제 당시에는 오케스트라의 연주에 맞춰 전통 음악과 캉캉 춤 음악이 직접 연주되었습니다. 여성 댄서들이 치마를 들어 올리고 다리를 높이 차는 '캉캉 춤'을 선보였으며, 당시 엄격했던 사회 기준으로는 그야말로 엄청난 쇼크이자 커다란 스캔들이었습니다.

분홍색과 흰색이 섞인 거친 질감의 배경 위, 옅은 갈색의 나무 단면과 뾰족한 연필심이 선명하게 보이는 브루트프너(Brutfuner) 520 색연필 카바레(Cabaret)의 촉 부분을 확대한 사진. / A close-up photo of the Brutfuner 520 colored pencil tip in "Cabaret" on a textured pink and white background, clearly showing the light brown wood grain and the sharpened pencil lead.
카바레(Cabaret)의 연필심

공연 내용과 극장 분위기 역시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영화 속 관객들이 얌전히 무대를 감상하던 것과는 달리, 실제로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져 즐기는 거대한 클럽이었습니다. 상류층 귀족, 유명 예술가, 노동자까지 돈만 내면 누구나 한 공간에서 춤을 추고 술을 마시며 즐길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1889년 개장한 당시의 실제 물랑루즈는 단순한 실내 공연장이 아니었습니다. 거의 거대한 테마파크 수준이었고, 실내 대강당에만 약 850-900개의 객석이 있었다고 합니다. 실제 규모가 영화보다 더 웅장했던 것입니다.

극장 건물 뒤편에는 거대한 야외 정원이 펼쳐져 있었는데 야외무대, 사격장, 당나귀 타기 체험장까지 있었습니다. 특히 영화 속에 등장했던 실물 크기의 거대한 석고로 만든 코끼리 건축물은 진짜 실존했던 것입니다.

심지어 그 코끼리 배 속 내부 공간에서는 신사들을 위한 벨리댄스 쇼가 따로 열리기도 했다는 사실을 영화 속에서 고증한 것이고, 영화 속 화려한 핫핑크 조명도 진짜 역사를 가져와 고증한 것입니다.

요즘 식으로 쉽게 비교를 하자면, 아이돌 콘서트나 축제 현장에 가면 멀리서도 눈에 확 튀는 아주 진하고 화려한 핫핑크 응원봉 불빛이 있습니다. 어둠 속에서 터져 나오는 가장 화려하고 신나는 불빛, 그게 바로 카바레 컬러의 진짜 매력이라고 생각하시면 가장 정확합니다.

종이 색상별 카바레(CABARET) 색연필 발색 비교

일반적인 분홍색인 핑크와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란 걸 아실 수 있을 겁니다. 색연필 자체는 색칠이 삭삭 색칠이 잘 돼서 재미를 느낍니다.

쇼핑백 종이에도 잘 보이지만 검은색 도화지에는 색이 묻혀서 거의 보이지가 않는 게 안타깝습니다. 참고 부탁드립니다.

서로 다른 질감과 색상을 가진 4가지 종류의 종이 위에 브루트프너(Brutfuner) 520 카바레(Cabaret) 컬러 색연필로 선과 별 모양 등을 그리며 발색 테스트를 한 사진. / A photo of a color swatch test using the Brutfuner 520 colored pencil in "Cabaret" on four different types of paper, showing various lines and star shapes.
종이 종류에 따라 다르게 표현되는 카바레(Cabaret)의 매력

마치며

단순한 색연필 한 자루 이름인 'cabaret'를 조사하면서, 그동안 잘못 알고 있었던 편견을 바로잡게 되었습니다.

어디 가서 카바레나 물랑루즈에 대해 누군가와 깊게 대화할 일은 없겠지만, 나중에 어디선가 이 단어나 색을 보더라도 이제는 더 잘 알고 있게 되어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