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오보다 케이크를 많이 먹는 우리들에게: 생일 파티와 케이크의 유래
소설 [판데모니엄]을 읽는데 '생일 파티'라는 단어가 나왔습니다. 주인공이 '마치 생일 파티 같지만 더 좋다'라고 합니다. '생일 파티'를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포스팅합니다.
제가 유튜브에서 본 영상들에서도 '생일' 얘기가 많이 나왔습니다.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너 오늘 생일이야?", "매일이 생일 같으면 좋겠다" 라거나 생일인 상대를 위해 게임을 일부러 져주기도 합니다. 그렇게 '생일'은 늘 긍정적인 뜻으로 많이 등장합니다.
사실 제가 어릴 때 형편이 좋지 않았고, 부모님도 그런 개념이 없으셔서 케이크에 초를 꽂고 축하했던 기억은 없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든 지금 어릴 때보다 케이크를 훨씬 더 많이 먹습니다. 어버이날이나 부모님 생신이나 다른 날에도 동생이 날짜를 잡아서 같이 밥을 먹습니다. 케이크에 초를 꽂아 불을 켜고 노래를 부르고 케이크를 나누어 먹습니다.
케이크는 보통 제가 준비합니다. 밥값에 돈을 보태지 못하니 케이크는 가능한 제가 준비하려고 합니다. 케이크는 비싸고 양도 적지만 예쁘고 맛있기까지 합니다.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사람의 기분을 환하게 해줍니다. 생일 파티는 언제부터 시작되었고, 옛날에도 지금과 같았는지 찾아보았습니다.
1. 5,000년 전 고대 이집트: 파라오의 대관식
인류 역사상 최초의 생일 기록은 고대 이집트의 '파라오'였습니다. 당시의 생일 파티는 오직 '신과 왕'만을 위한 특권이었습니다.
이때 축하한 날은 태어난 날이 아닌 왕위에 올라 '신'으로 다시 태어난 대관식 날이었다고 합니다.
2. 고대 그리스: 달 모양의 케이크와 촛불의 시초
우리가 생일날 먹는 케이크와 촛불의 기원은 고대 그리스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그리스인들은 달과 출산의 여신인 '아르테미스'에게 제사를 지내기 위해, 달 모양의 둥근 케이크를 만들고 그 위에 불을 밝힌 초를 바쳤습니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생일 케이크에 불을 켜는 문화의 시초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후 고대 로마 시대에 이르러서야 역사상 처음으로 평민 남자의 생일을 챙기며 가족들이 모여 선물을 주고받기 시작했습니다.
3. 초기 기독교: 생일 파티는 죄악이다
정말 기괴하게도 초기 기독교는 생일 축하를 사악한 이교도의 풍숩이라며 전면 금지했습니다. 기독교 교리상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죄인으로 보았기 때문입니다. 즉 죄인이 태어난 날을 축하할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4. 민간 미신: 악령을 쫒아내기 위한 방어전
과거 유럽 민간에서는 생일이 되면 영적인 문이 열려 악령들이 찾아와 주인공에게 해를 끼친다는 미신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악령으로부터 주인공을 보호하기 위해 가족과 친구들이 틈을 주지 않고 주변을 둥글게 둘러 쌌다고 합니다. 큰 소리로 축하 노래를 부르고 소란을 피운 것도 기뻐서가 아니라 시끄러운 소리로 악령을 쫒아내기 위한 '퇴마 행위'였다고 합니다. 이것이 우리가 아는 생일 파티의 원형입니다.
5. 18세기 독일: 현대식 생일 파티 '킨더페스트'
우리가 아는 따뜻한 현대식 생일 파티는 1700년대 독일의 어린이 축제인 '킨터페스트(Kinderfeste)'
에서 완성되었습니다. 옛날 독일 사람들은 아이들에게 사랑과 소속감을 주기 위해 특별한 규칙을 만들었습니다.
- 나이+1의 촛불: 아이의 나이보다 딱 하나 더 많은 초를 꽂았습니다. 나머지 한 개의 초는 '다가올 미래의 수명과 건강'을 뜻했습니다. 악귀를 막기 위해 아침부터 밤까지 하루 종일 초를 켜두었습니다.
- 소원 빌고 끄기: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서야 초를 한 번에 불어 끌 수 있었습니다. 이때 피어오르는 연기가 아이의 비밀 소원을 하늘의 신에게 배달해 준다고 믿었습니다.
- 케이크 나누기: 초를 끄고 나면 온 가족이 둘러앉아 달콤한 케이크를 나누어 먹으며 아이에게 따뜻한 가족의 소속감을 선물했습니다.
하지만 이 따뜻한 파티가 당시 모든 어린아이에게 허락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법으로 정해진 제도가 아니었기에 가난한 집안의 아이들이나 나쁜 부모 밑에 있는 아이들은 누리지 못했습니다. 이때 어린이들도 새벽부터 밤까지 공장에서 매를 맞으며 일을 했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아니라 노동력으로 여겨지던 시기였습니다. 이 시기 직후에 활동한 19세기 그림 형제가 수집한 동화들을 보면 그 씁쓸하고 잔혹한 현실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요즘 뉴스를 보면 어린 아기들이 부모로 인해 목숨을 잃는 사건들이 참 많습니다. 2026년인 지금도 그런 나쁜 부모가 존재하고 죽는 아기들이 있는데, 수백 년 전 그 옛날은 어땠을까요? 너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 시대의 부모들을 탓하고 싶지도 않아집니다. 2026년인 지금 그보다 더 심각한 비극을 우리는 보고 있으니까요.
마치며: 파라오보다 케이크를 많이 먹는 우리들에게
여러분, 단언컨대 그 옛날 높은 위치에 있던 파라오보다 지금의 제가 생일 케이크를 훨씬 많이 먹었을 겁니다. 지금은 누구나 원하면 언제든지 나가서 예쁘고 달콤한 케이크를 사서 먹을 수 있는 시대입니다.
내 현실이 마음대로 되지 않고 백수 생활이 길어져 힘들지만 고대의 왕들보다 내 생활이 더 좋습니다. 저는 케이크면 다 좋아하는데 진하고 차가운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호두 파이를 같이 먹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하얀 생크림 위에 새빨간 딸기가 올라간 케이크를 보면 어두웠던 마음이 환하게 켜지는 것 같습니다.
마음이 지치고 안 좋을 때, 케이크 한 조각을 진하게 탄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시원하게 내려먼서 건강하고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날이 생일 같을 수는 없어도 생일케이크는 먹을 수 있습니다. 케이크 사면서 초를 받아서 케이크에 꽂아 불을 켜보시길 추천합니다.
작은 촛불이지만 진짜 크게 느껴질때가 있습니다. 작게 흔들리는 촛불을 보면 진정되는 기분도 간혹 느끼곤 합니다.
아!!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불조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