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LANDINE(셀란다인) 아기 제비의 눈과 독초의 비밀 (520 색연필 #8)
제가 오늘 포스팅할 색연필의 이름은 '셀란다인(CELANDINE)'입니다. 520색 세트라 그런지 평소에 접하기 힘든 생소한 단어들이 많아, 그 깊은 역사들을 온전히 소화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셀란다인은 지구상에 공룡이 살던 '백악기 시대'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그 형태가 바뀐 적이 없는 결코 만만하지 않은 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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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20 색연필 #8 셀란다인 색연필 전체 |
1. 그리스 신화가 만든 거대한 착각: 아기 제비의 눈
셀란다인의 어원은 그리스어로 '제비(Chelidon)'를 뜻합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제비가 찾아올 때 이 꽃이 피고, 제비가 떠날 때 꽃이 진다고 믿었습니다.
제비는 봄이 되면 나뭇잎이나 깃털 등을 물어와 둥지를 틀고 알을 품습니다. 새끼 고양이나 강아지가 갓 태어났을 때 바로 눈을 뜨지 못하고 시간이 지나야 하는 것처럼, 아기 제비 역시 처음에는 눈을 감고 태어납니다.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눈을 뜨는 생리적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 사람들은 어미 제비가 오염된 깃털을 버리고 새 셀란다인 풀을 물어와 둥지를 보수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아기 제비들이 눈을 뜨자 엄청난 착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엄마 제비가 셀란다인 줄기에서 나오는 노란 즙을 아기 눈에 발라 눈을 뜨게 만들었다."고 믿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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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20 색연필 17 CELANDINE 각인 |
2. 검증 없는 미신이 불러온 중세의 비극
인터넷도, 과학적 검증도 없던 그 옛날에는 이 신화 같은 전설이 의학 문서에 그대로 기록되었습니다.
- 고대 기록: 고대 그리스의 의학자 디오스코리데스와 로마의 자연학자 플리니우스는 "엄마 제비가 눈먼 새끼의 시력을 셀란다인 즙으로 치료한다."고 책에 공식 기록했습니다.
- 중세의 맹신: 영국의 존 제라드나 니콜라스 컬페퍼 같은 중세 의학자들이 역시 과학적 검증 없이 이 기록을 믿고 "셀란다인 즙은 눈의 막과 흐릿함을 씻어내어 시력을 날카롭게 한다."며 안약으로 추천했습니다.
이 잘못된 민간요법은 수많은 피해자를 만들었습니다. 셀란다인의 즙은 피부를 태울 정도의 강력한 부식성 알칼로이드 독성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를 눈에 직접 넣은 사람들은 각막이 심각하게 손상되고 염증이 일어나, 멀쩡하던 눈까지 영구적인 실명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피해자가 속출하자 당시 의원들은 전설을 의심하는 대신에 '약초의 기운이 너무 강해 생긴 부작용'이라며, 즙을 모유나 우유에 아주 묽게 희석해서 안약으로 쓰라는 황당한 절충안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눈에 치명적이긴 마찬가지였고, 이 미련한 대처로 사람들의 시력이 멀어지는 비극과 피해는 멈추지 않고 더 늘어만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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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20 색연필 Y20 /520 colors |
3. 한국의 '독초 해독 장인'들도 포기한 나물, 애기똥풀
샛노란 색보다는 연하지만 맑고 환한 이 노란색 식물은 한국 이름으로 '애기똥풀'이라고 부릅니다.
우리 조상들은 다른 나라였으면 독초라고 버렸을 고사리, 두릅, 원추리 같은 식물들도 삶고, 데치고, 물에 우려내어 독을 빼고 먹었던 '독초 해독 장인'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애기똥풀(셀란다인)만큼은 끝내 식탁 위 나물로 만들지 못했습니다.
한의학 문헌에서 애기똥풀을 부르는 정식 명칭은 '백굴채(白屈菜)'입니다. 이름 끝에 물나물 채(菜)자가 붙어 있는 것을 보면, 조선시대 조상들도 어떻게든 나물로 먹어보려고 시도했던 흔적임을 알 수 있습니다. 과거 문헌에는 다음과 같은 눈물겨운 조리법이 적혀 있습니다.
"잎을 깨끗한 흙에 버무려 삶아 익힌 후, 하루를 묵혔다가 물을 계속 갈아주며 잘 헹궈서 소금과 기름으로 간해 먹는다."
하지만 이렇게 복잡하고 귀찮은 과정을 거쳐 독을 빼도, 조금만 양이 과하면 구토, 설사, 호흡 마비를 일으켰습니다. 결국 우리 조상들도 먹는 것을 포기하고 이 아름다운 노란빛을 옷을 염색하는 천연염료나 약재로만 사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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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20 색연필 CELANDINE 연필심 |
4. 먹으면 독, 바르면 약이 되는 양면성
식용으로는 절대 불가능했지만, 성질을 잘 이용하면 사람에게 이로운 약이 되기도 했습니다. 줄기를 꺾을 때 나오는 독성 성분은 역설적으로 강력한 치료제가 되었습니다.
- 티눈 및 사마귀 제거: 단백질을 녹이는 성질이 있어 천연 화학적 화상을 유도해 사마귀와 티눈을 제거했습니다.
- 천연 살균제: 강력한 항균, 항바이러스, 항진균(곰팡이) 작용으로 피부병을 다스렸습니다.
- 비상 진통제: 마약 성분이 있는 양귀비과 식물이기 때문에, 전쟁과 궁핍했던 시절 극심한 통증을 가라앉히는 비상약으로 쓰였습니다.
이 애기똥풀은 깊은 산속이 아니라 봄부터 여름 사이 한국의 도심 길거리, 동네, 아파트 담벼락, 시골 논둑 등 양지바른 곳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잡초입니다. 그냥 스치기만 하면 문제가 없지만, 손으로 으깨거나 하면 즙이 피부에 닿아 수포가 생길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5. CELANDINE 시각적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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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20 색연필 종이 재질별 셀란다인 발색 비교 |
마치며: 닮은꼴 '찰록(CHARLOCK)' 주의
제가 어제 포스팅했던 찰록(Charlock, 들갓/ 겨자) 역시 생명력이 강해 한국의 공터나 뒤집힌 땅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식물입니다. 문제는 이 찰록이 오늘 소개해 드린 셀란다인(애기똥풀)과 겉모습이 매우 흡사하다는 점입니다. 둘 다 노란 꽃잎 4장을 가지고 있어 스치듯 보면 구분이 어렵습니다.
하지만 찰록은 쌈이나 나물로 먹을 수 있는 식물인 반면, 셀란다인은 치명적인 독초입니다. 길가에 피어있는 예쁜 노란 꽃들을 그저 귀엽다고 함부로 꺾거나 으깨다가는 몸을 다칠 수 있습니다. 자연을 감상하실 때는 눈으로만 예쁘게 바라봐 주시고, 혹시 걱정된다면 미리 식물 검색을 통해 모습을 알아두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