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리 토마토(CHERRY TOMATO) | 큰 토마토보다 형님인 방울토마토의 반전 이야기 (520 색연필 #18)

520색 세트 색연필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이름들이 워낙 다양하고 예뻐서 하나씩 조사해서 블로그에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조사한 18번째 색연필 이름은 바로 '체리 토마토(Cherry Tomato)'입니다. 이름을 보자마자 마트에서 파는 그 귀여운 방울토마토가 떠올랐습니다.


분홍색과 흰색이 섞인 거친 질감의 배경 위에 가로로 놓여 있는 브루트프너(Brutfuner) 520 체리 토마토(Cherry Tomato) 컬러 색연필 사진. / A Brutfuner 520 colored pencil in "Cherry Tomato" placed horizontally on a textured pink and white background.
'체리 토마토(Cherry Tomato)' 색연필 한 자루



그런데 검색을 하다 보니 제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큰 토마토가 오리지널이고 방울토마토를 작게 개량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아니었습니다. 사실은 이 녀석이 커다란 토마토보다 지구에 먼저 태어난 형님이자 조상님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알면 알수록 신기하고 입맛 당기는 체리 토마토(방울토마토)의 숨겨진 이야기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방울토마토 영어로 뭐라고 할까?

우리나라에서는 방울을 닮았다고 해서 '방울토마토'라고 부르지만, 영어권 국가에서는 체리토마토(Cherry Tomato)라고 부릅니다. 앵두나 체리처럼 작고 새빨간 비주얼 때문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제가 가진 520 세트 속 '체리 토마토' 색연필도 딱 마트 매대에서 볼 수 있는 붉고 탐스러운 빛깔을 그대로 담고 있어 무척 좋았습니다.


큰 토마토보다 먼저 태어난 형님 토마토

우리는 보통 큰 토마토를 사람이 개량해서 작게 만든 것이 방울토마토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저 역시 이번 조사를 하기 전까지는 그렇게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실제 지구의 역사는 정반대입니다.

  • 태초의 크기: 남미 안데스산맥 지대에 야생 토마토로 존재하던 아주 먼 옛날에는 전부 방울토마토 크기였습니다. 인류가 나타나기 전이라 이름도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 큰 토마토의 탄생: 이 작은 야생 토마토를 인간이 발견한 뒤, 과실을 더 크게 많이 먹기 위해 인위적으로 개량하면서 크기가 커진 것이 지금의 큰 토마토입니다.
즉, 생물학적인 역사로 보나 기원으로 보나 방울토마토가 큰 토마토의 형님이자 조상님인 셈입니다.

과학자들이 남미 안데스산맥의 아주 오래된 지층을 조사하던 중 고대 야생 토마토 씨앗의 흔적(화석 및 유해)을 발견했고, 그 구조를 정밀 분석한 결과 전부 작은 방울토마토 크기였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실제로 지금도 안데스산맥에는 수천 년 전 모습 그대로 자생하는 야생 원종 토마토들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분홍색과 흰색이 섞인 거친 질감의 배경 위, 'CHERRY TOMATO' 글자와 숫자 '341'이 각인된 브루트프너(Brutfuner) 520 색연필 표면을 확대한 사진. / A close-up photo of the Brutfuner 520 colored pencil surface inscribed with "CHERRY TOMATO" and the number "341", placed on a textured pink and white background.
341, 'CHERRY TOMATO'


우리가 마트에서 만나는 '마트식 방토'의 비밀

그렇다면 태초의 야생 토마토를 지금 우리가 사 먹고 있는 걸까요?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습니다.

서양인들이 야생종 토마토를 발견해 1800년대부터 키우기 시작했지만, 당시에는 정원용이나 취미용으로만 재배했습니다. 인간이 존재하기 전부터 살던 최초의 토마토는 새들을 유혹해 씨앗을 널리 퍼트려야 했기 때문에 껍질이 굉장히 얇고 과즙이 꽉 차 있었으며 당도가 매우 높았습니다.

이러다 보니 껍질이 쉽게 터지고 금방 물러져서 상업적으로 대량 유통하기가 불가능했습니다. 수천 킬로미터를 트럭으로 배달해도 터지지 않고, 마트에 일주일은 진열해도 일주일은 무르지 않는 단단함이 필요했습니다. 

결국 1970년대에 이스라엘 과학자들이 유통기한을 늘리기 위해 껍질을 두껍게 만들고 과육을 단단하게 만드는 개량에 성공했습니다. 이때 과거에 잊혔던 '체리토마토'라는 이름을 상업적으로 사용하면서 지금의 마트식 방울토마토(체리토마토)가 완성되었습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안타깝게도 토마토 본연의 깊은 향과 부드러운 식감은 많이 희생되고 말았습니다.


잃어버린 맛을 찾아서: 힙한 식재료 '에어룸 토마토'


"유통기한이 짧더라도 100년 전 그 맛있는 토마토를 다시 먹고 싶다!"

최근 전 세계 미식가들과 디자이너들 사이에서는 유통기한 때문에 잃어버린 본연의 토마토 맛을 찾는 움직임이 큰 유행입니다. 그 중심에 바로 에어룸 토마토(Heirloom Tomato, 토종 앤티크 토마토)가 있습니다. 
  • 에어룸 토마토 뜻: 대형 마트용 유전자 변형 종자가 아니라, 최소 50년~100년 이상 수많은 시골 농가와 원예가들이 오직 "맛이 너무 좋아서" 대대손손 씨앗을 물려주며 보존해 온 토종 토마토를 말합니다.
  • 폭발하는 과즙과 향: 마트 토마토가 잃어버린 깊은 풍미가 살아있습니다. 베어 물면 과즙이 쏟아지며, 품종에 따라 초콜릿 맛, 연기 향, 짜릿한 신맛과 단맛이 깊게 어우러집니다.
  • 가장 아름다운 식재료: 줄무늬가 있거나 검은색, 보라색, 노란색 등 색깔이 화려하고 울퉁불퉁합니다. 이 자연스러운 생김새 덕분에 유명 레스토랑 셰프들과 젊은 세대 사이에서 스타일리시하고 힙한 식재료로 통합니다.

분홍색과 흰색이 섞인 거친 질감의 배경 위, 은박으로 'R30 / 520 colors'가 새겨진 브루트프너(Brutfuner) 520 색연필 끝부분을 확대한 사진. / A close-up photo of the Brutfuner 520 colored pencil end with "R30 / 520 colors" inscribed in silver foil, placed on a textured pink and white background.
반짝이는 은박 R30 / 520 colors



너무 맛있어서 파산을 막은 기적의 토마토: 모기지 리프터

에어룸 토마토 품종 중에는 영화 같은 스토리를 가진 녀석도 있습니다. 바로 '모기지 리프터(Mortfage Lifter, 대출 상환기)'라는 유명한 품종입니다.

  • 역사: 1930년대 미국의 자동차 정비사 '찰리 바이러스'가 아주 크고 맛있는 야생 토마토들을 6년간 교배해 만들었습니다.
  • 이름의 유래: 이 토마토 모종이 얼마나 맛있는지 소문이 나자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와 사 갔습니다. 그는 오직 토마토를 판 돈으로 은행 빚(모기지 대출)을 전부 갚았고, 이때부터 '모기지 리프터'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젊은 농부들을 중심으로 이러한 해외 에어룸 토마토 씨앗을 들여와 복원·재배하는 전문 농장들이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가격은 마트 토마토보다 훨씬 비싸지만, 백화점이나 고급 식자재 마트에서 품절 대란이 일어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하얀 접시 위에 담긴 체리토마토 여러 알과 반으로 잘라 단면이 보이는 큰 토마토./Cherry tomatoes on a white plate and a halved large tomato showing its cross-section.
하얀 접시에 담긴 상큼한 체리토마토와 촉촉한 큰 토마토 단면 비교



큰 토마토 vs 방울토마토, 영양가는 누가 더 높을까?

유통과 대량 생산을 위해 식감과 향이 줄은 것 같지만, 현재 마트에서 파는 일반 토마토 중 영양 성분만큼은 방울토마토가 완승입니다. 그 이유는 수확 방식의 차이에 있습니다.

  • 큰 토마토: 다 자라기 전, 초록색일 때 미리 수확해서 유통 과정 중에 후숙으로 익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 방울토마토: 끝까지 식물의 줄기에서 영양분을 다 빨아먹고 빨갛게 익었을 때 수확하는 '완숙 수확'이기 때문에 큰 토마토보다 당도가 훨씬 높고 항암 물질인 '라이코펜'과 비타민 함량도 더 많이 들어있습니다.


분홍색과 흰색이 섞인 거친 질감의 배경 위, 옅은 갈색의 나무 단면과 뾰족한 연필심이 선명하게 보이는 브루트프너(Brutfuner) 520 색연필 체리 토마토(Cherry Tomato)의 촉 부분을 확대한 사진. / A close-up photo of the Brutfuner 520 colored pencil tip in "Cherry Tomato" on a textured pink and white background, clearly showing the light brown wood grain and the sharpened pencil lead.
체리 토마토(Cherry Tomato)의 연필심


국립 농업과학원이 검증한 방울토마토 보관 방법

맛도 좋고 영양도 풍부한 방울토마토를 싱싱하게 오래 먹으려면 국립 농업과학원이 검증한 올바른 보관법을 지켜야 합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씻지 않고 꼭지만 떼는 것입니다.

  • 씻지 않고 꼭지만 떼기: 구매 후 씻지 않은 상태에서 오직 꼭지만 떼어내고 용기에 담아 냉장 보관해야 합니다. 물에 닿으면 습기 때문에 빨리 물러지기 때문입니다.
  • 부패 속도 60% 감소: 꼭지를 떼어내는 것만으로도 부패 속도가 60% 이상 줄어듭니다.
  • 이유: 꼭지가 붙어 있으면 토마토가 아직 줄기에 매달려 있다고 착각하여 계속 숨을 쉽니다. 이 과정에서 수분을 빼앗기고, 꼭지 틈새로 세균이나 곰팡이가 번식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체리 토마토 색연필을 종이에 색칠해 본 이미지

색칠이 잘 됩니다. 종이에 따라 느껴지는 것이 다른 것이 신기합니다. A4종이, 스타벅스 다이어리, 다이소 쇼핑 봉투, 다이소에서 산 검은색 도화지를 자른 종이입니다.


서로 다른 질감과 색상을 가진 4가지 종류의 종이 위에 브루트프너(Brutfuner) 520 체리 토마토(Cherry Tomato) 컬러 색연필로 선과 별 모양 등을 그리며 발색 테스트를 한 사진. / A photo of a color swatch test using the Brutfuner 520 colored pencil in "Cherry Tomato" on four different types of paper, showing various lines and star shapes.
종이 종류에 따라 다르게 표현되는 체리 토마토(Cherry Tomato)의 매력


마치며: 색연필이 넓혀준 나의 세상

저는 토마토와 방울토마토를 아주 좋아합니다. 예전에 동생이 보내준 토마토가 있길래 파스타를 만들어 먹은 적이 있습니다. 진짜 너무 맛있어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스테비아 방울토마토'라는 것이었습니다. 또 토마토를 냉장고에 보관하다가 시원하게 먹으면 잠깐의 무더위도 싹 사라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오늘 체리 토마토의 역사를 조사해 보니 태초의 토마토는 어떤 맛일지 너무 궁금해집니다. 태초의 토마토와는 다른 에어룸 토마토지만 조금 더 대중화되어 마트 매대에서 편하게 구매할 날이 올까요? 그런 날이 온다면 조금 비싸더라도 망설이지 않고 바로 사 먹어 볼 생각입니다.

520색 색연필로 별의별 검색을 다 해보며 제가 모르는 것들이 정말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저의 세상이 너무 좁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기도 하지만, 색연필 검색을 통해 지식만은 조금씩 쌓이는 것 같습니다. 쌓이는 지식과 같이 저의 세상도 조금은 아주 조금은 넓어지고 있는 것일까요?